넥슨게임즈가 개발하고, 한국에서는 넥슨이 서비스하는 <블루 아카이브>는 최근 '메인 스토리-대책위원회 편 1, 2장’에 대한 한국어 음성 더빙을 진행해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일본에서도 일반 더빙은 있었지만 메인 스토리의 음성 더빙은 없었죠. 그래서 출시한지 (한국 기준) 3년이 넘어가는 게임에서 진행한 한국어 더빙에 메인 스토리가 포함이라는 부분에서 특히 주목을 받을 수 있었죠. 그렇다면 과연 넥슨게임즈는 어떤 생각으로 이번 더빙을 진행했을까요? 또 특히 신경을 쓴 부분은 무엇이었을까요?
디스이즈게임은 넥슨게임즈 MX스튜디오의 시나리오팀 오현석 팀장, 그리고 넥슨코리아 퍼블리싱사업팀 선태우 님과 인터뷰를 진행. 이번 더빙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어봤습니다.
서비스중인 게임에 '한국어 더빙'을 추가하는 것이 가진 의미
Q. 출시 이후 굉장히 오랜 시간이 지나서 한국어 더빙이 이루어졌다. 늦어진 이유가 무엇인지?
A. 오현석: 발표하고 나서 바로 선보여 드리고 싶었으나 실제 스케줄 진행과 녹음, 그리고 연결 과정에 시간이 소요되었다. 첫 한글 풀 더빙인 만큼 스토리의 의미와 맥락이 오해 없이 잘 전달되는지에 많은 신경을 써서 준비하였고 좋은 결과물로 선생님들께 공개할 수 있게 되어 만족하고 있다.
Q. '이미 서비스 중인 게임'에서 메인 스토리 음성 더빙을 출시 이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어떠한 어려움이 있을지 상세하게 알려줄 수 있다면?
A. 선태우: 스토리가 공개된 지 이미 몇 년이 지난 상황이기 때문에, 스토리를 처음 접하는 선생님과 후반부 전개를 알고 있는 기존 선생님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연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서사가 전개될수록 배경이 드러나며 캐릭터는 점차 입체적으로 변모하고, 훗날 특정 상황이나 트리거를 통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기본적으로는 스토리를 처음 접하는 선생님을 독자로 가정하고, 캐릭터성을 강조하기 위해 성우님들께 자연스러운 연기를 요청 드렸다. 다만, 훗날 있을 일이나 복선을 암시하는 대사들은 기존 선생님들이 알아챌 수 있을 만한 미묘한 감정 연기를 요청했다.
A. 오현석: 원래 더빙을 염두에 두고 쓰인 시나리오가 아니다 보니, 텍스트 하나하나에 어떤 기준으로 음성을 입힐지부터 고민이 많았다. 이야기의 흐름을 어떻게 나눌지, 장면의 호흡을 어떤 방식으로 연결할지 등, 연출적인 측면에서도 처음부터 다시 짚어가야 했다.
또 한 가지 걱정했던 부분은 ‘상상’에 대한 영역이었다. 더빙이 없었을 때는 선생님들께서 각자의 속도와 감정으로 텍스트를 읽고, 그에 따른 장면을 상상하며 몰입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음성을 명확하게 입히는 순간, 오히려 그 다채로운 상상이 제한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작업을 진행하면서 이런 걱정은 점차 줄어들었고, 더빙이 오히려 감정선과 몰입도를 더 확장해준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실제로 업데이트 이후 선생님들의 반응을 통해서도 그런 우려는 기우였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Q. 메인 스토리에 앞서 캐릭터 별 한국어 음성 더빙이 이루어졌는데, 캐릭터별 '한국 성우 캐스팅'에서 특히 신경을 쓴 부분이 있다면?
A. 선태우: 각 학생을 잘 해석할 수 있는 성우님들을 섭외하기 위해, 넥슨코리아 & 넥슨게임즈 간 긴밀하게 소통하여 다양한 후보를 두고 논의, 선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Q. 더불어 캐릭터 외에 '메인 스토리'에만 등장하는 NPC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원칙으로 캐스팅을 진행했는지 궁금하다
A. 오현석: 비록 ‘NPC’라는 명칭으로 불리지만, 이들 역시 키보토스 세계의 일원이며 메인 스토리의 흐름과 분위기를 함께 만들어가는 중요한 존재이다. 이에 따라 학생들 못지않게 신중한 태도로 접근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톤을 유지하면서도 각 인물의 개성과 역할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캐스팅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앞으로도 주요 에피소드에서 스토리의 핵심을 이끌거나 장기적으로 재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NPC들이 다수 준비되어 있고, 최근까지도 배역에 적합한 성우 분들을 모시기 위한 오디션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선생님들께 인상 깊은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 주셔도 좋을 것 같다.
캐릭터의 '감정'도 담으려고 노력했다
Q. 메인 스토리 한국어 더빙을 진행하는 데 있어 가장 신경을 쓴 점이 있다면?
A. 선태우: 각 학생들의 특징적인 추임새와 말버릇의 디테일에 많은 신경을 썼다. 가령, ‘호시노’의 “이야~ 선생”, ‘히후미’의 “아우우…”, ‘아루’의 “뭐~!”는 수십 번의 재녹음과 연기 주문의 결과물이다. 짧은 추임새만으로도 이들이 어떤 캐릭터인지 함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아우우…”도 변화하는 상황에 맞추어 미묘하게 다르게 가져갔다. 또한 한국어 특유의 구어체적 말투와 운율을 살리고 어색하게 들리는 부분이 없도록 많은 신경을 썼다.
A. 오현석: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단순히 대사를 읽는 듯한 연기로 들리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이번 더빙은 그저 대사를 소리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키보토스라는 세계에서 실제로 벌어진 사건을 다큐멘터리처럼 ‘기록’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했다. 이 세계관과 이 학생들이 실재한다는 인식으로, 연기 하나하나에 현실감을 불어넣고자 노력했다. 또한 기존에는 텍스트만으로 이야기를 감상하셨던 선생님들께서, 이번에는 ‘음성’이라는 또 하나의 층위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몰입을 경험하게 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많은 선생님들께서 오래도록 기억해주신 장면들을 해치지 않는 동시에 더 풍부하고 생생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감상이 아니라 진짜 ‘경험’이 될 수 있도록 한 줄 한 줄에 많은 공을 들였다.

Q. 한국어 더빙 과정에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A. 선태우: 많은 선생님들이 좋아해 주신 ‘하루카’의 “용서 못 해”는 원테이크로 진행되었다. 감정 연기가 급격하게 변하는 부분에 들어가기에 앞서 성우님께 간략한 상황 설명과 함께 연기를 부탁 드렸는데, 기대 이상의 결과물이 나왔다. 녹음 현장에서 모두가 박수갈채를 쳤다.
Q. 성우 캐스팅부터 실제 음성 더빙까지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다면? 그리고 이 과정에서 특히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A. 오현석: 짐작하시는 것처럼 메인 스토리의 더빙이 실제로 게임에 적용되기까지는 여러 단계를 거친다. 먼저 캐릭터의 이미지와 녹음 품질 등을 고려해 퍼블리셔 및 스튜디오에서 오디션 대상 성우 분들을 1차로 선정한다. 이후 일부 발췌 대본을 바탕으로 샘플 녹음을 진행하고, 결과물이 개발사 내부에 전달 된 후 본격적인 배역 선정이 진행된다.
캐스팅이 확정되면 스튜디오 측과 일정 조율을 마치고, 개발팀이 직접 참관하며 세부 디렉션을 조율하는 녹음 세션에 들어간다. 물론 녹음 이후에도 음성 파일 마스터링, 빌드 반영, QA 테스트, 검수 등 여러 단계가 이어지고, 최종 업데이트 과정까지 긴 호흡으로 작업이 진행된다.
녹음 현장에서는 특히 감정선의 흐름과 대사의 배치를 중요하게 고려했다. 감정이 격해지는 장면은 반복 녹음이 다소 어렵기 때문에, 대본의 흐름을 조정하거나 연기 톤을 미리 단계적으로 쌓아가는 식의 배치가 필요했다. 물론 아무리 세밀한 계획을 세워도 현장에서는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라, 디렉션 역시 현장 담당자의 판단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진행됐다.
놀랍게도 캐릭터 해석이나 장면 감정선에 대해서는 의견 충돌이 거의 없었다. 현장에 계신 모든 담당자들께서 유사한 방향의 디렉션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를 통해 서로가 ‘블루 아카이브’라는 작품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아끼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Q. 한국어 음성 더빙에 대한 다양한 유저들의 반응을 보았을 것인데, 인상 깊었던 반응. 혹은 유저들의 피드백을 보고 꼭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다면?
A. 선태우: 뾰로통한 ‘세리카’의 연기, ‘호시노’의 톤이 확 진지해지는 부분에 있어 더빙 업데이트 공개 전 잠을 못 잘 정도로 걱정이 많았다. 많은 선생님들께서 이러한 고민의 흔적을 알아봐 주시고, 또 좋게 평가해 주셔서 한시름 덜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학생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A. 오현석: 모두 언급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선생님들께서 다양한 호응을 전해주셨다. 사실 내부적으로도 이 선택이 정말 좋은 방향일지 걱정과 고민도 적지 않았는데, 많은 응원과 긍정적인 평가 덕분에 팀 전체가 다시 한 번 큰 에너지를 얻게 되었다.
이제는 걱정보다 “어떤 장면을 좋아해주실까?”하고 기대하게 되는 순간들이 많아졌기에, 이 흐름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으며, 다음 메인스토리 더빙도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