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국게임계, 인재를 잡아라!
IDC의 조사에 따르면 2004년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의 수익은 24.7억 위안(약 3,211억 원)이며 2009년에는 109.6 위안(약 1조4,248억 원)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온라인게이머의 수는 2,633만 명에 달하며 서비스 되고 있는 온라인 게임도 160개가 넘는다.
이처럼 눈깜짝할 사이 덩치가 불어나 버린 중국 시장. 하지만 늘어난 시장에 비해 인재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중국은 게임 시장이 급속히 성장한 2002년에서야 게임을 산업으로 인식하고 자체개발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수출을 생각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중국 정부는 "중국 민족 온라인게임 출판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2008년까지 20억 위안(약 260억원)을 투자하여 100여 개의 중국산 온라인게임을 지원, 제작할 예정이다.
이에 비해 현재 게임 전문인력은 약 5,000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당장 필요한 인력만 2만 명이 부족한 상태이다.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적은 상황, 다시 말해 분쟁이 발생하기 좋은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중국 온라인게임의 시장규모 및 성장추세
◆ 인력전쟁의 첫 번째 희생양, 화이
2005년 4월 25일, 대만 화이(Wayi, 华义)의 대표이사 황보홍(黄博弘)은 급히 청두(成都)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중국 대륙에 세운 첫 번째 자회사 '사천 화이'에 큰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사천 화이의 직원 수는 총 80여 명, 그 중 천하무쌍(天下无双)과 익음(羽音)의 개발을 맡고 있던 20명이 넘는 직원들이 집단으로 사표를 제출하고 회사를 그만두었으며 이중에는 메인 PM 역할을 맡고 있는 직원도 4명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즉, 한 순간에 1/3에 해당하는 인력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이것이 그저 일반적인 퇴사였다면 문제 될 것이 없지만 퇴사한 개발 핵심인력의 대부분이 경쟁사인 텐센트(Tencent, 腾讯)의 청두 R&D센터로 이직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사천 화이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북경 화이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고 퇴사한 인력은 사천 화이와 비슷한 규모이며 이들 대부분은 샨다로 흡수되었다.
◆ 화이가 희생양이 된 이유는?
대만 화이는 1993년 8월에 설립한 이래 소프트웨어 및 게임 개발을 주력으로 성장해 온 회사이다. 2001년 1월 청두에 R&D를 주력으로 하는 사천 화이를 설립했고 같은 해 4월 운영 및 마케팅을 주 업무로 하는 북경 화이를 세웠다.
이후 중국 대륙에 4개 해외 지역에 3개의 개발센터와 2개의 지사를 설립한 탄탄한 회사이다. 그러나 이번 인력 전쟁으로 인해 화이가 구축한 기반이 한 순간에 바람 앞에 놓인 촛불 신세가 되어 버렸다.
화이가 이런 위기를 맞게 된 것은 크게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내부적 요인으로는 현재 화이가 개발한 게임의 운영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점과 고위 직원 대부분이 대만에서 파견 온 사람들로 구성되어 현지 인력이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외부적 요인은 샨다와 텐센트가 지금 자체적으로 다수의 온라인게임을 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4년 말부터 텐센트는 19개의 캐주얼게임과 1개의 중형 게임을 제작하였으며 현재 대형 MMORPG를 제작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샨다 역시 올 연말 공개를 목표로 2~3개의 대형 MMORPG를 제작하고 있다. 거기에 이들 회사가 높은 급여를 제시한 것도 큰 이유가 될 것이다.
화이의 일반 직원은 3,000~4,000위안(약 52만원), 메인 PM은 1만위안(약 13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고 있었으나, 텐센트가 제시한 급여는 최소 40%, 최대 100% 인상률을 보였다고 하니 과연 마음이 기울어져 '혹' 할 만도 하다.
화이가 개발한 철혈삼국지의 행사장 부스
◆ 샨다에서 한국인력 70명이 차기작 개발중이라는 풍문.
이렇듯 이번 사태는 경쟁사의 고의적인 '인력 빼가기'가 명확해 보이지만 화이의 반응은 아직 조용하다. 인력의 이동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인력 손실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개발 일정에는 큰 차질이 없다는 점만 되풀이하여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아마 화이의 속은 이미 까맣게 타버렸을지도 모른다.
이런 인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청두, 충칭을 비롯한 중국 곳곳에 게임 인력을 위한 전문학교가 설립되고 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 1개의 고급 게임개발 인력 기구와 10개의 대학을 선별하여 게임 전문 과정을 개설한다는 내용의 '1+10 인재육성계획'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양성된 인재는 실제 기업이 원하는 인재와 거리가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최소 3~4년의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독자적으로 프로젝트 진행이 가능할 정도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교육기관을 통해 양성된 인재가 어느 정도의 경험을 쌓기 전까지는 이런 인력 빼가기 전쟁이 지속될 전망이다.
게임 개발에 있어 인력은 곧 게임의 퀄리티와 직결되는 자산이다. 보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 하지만 보다 큰 문제는 이것이 남일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
게임 마케터들 사이의 풍문으로는 이미 샨다가 한국인 개발자 70여명을 차기 온라인개발에 투입했다고 한다. 자체 조달이 힘들어지자 해외 인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해외에서 국내 개발자가 인정을 받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단순히 개발자가 가진 개발 소스나 자료만 취한 뒤 버려지는 경우도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할 듯 하다.
서서히 짙어지는 중국게임계의 인력빼가기 전쟁에 국내 개발자들이 희생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