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대목을 놓치면 다시는 두 번째 기회는 찾아오지 않는 걸까.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데, 도대체 해가 떠주긴 하는 걸까.
많은 사람들에게 스팀(Steam) 플랫폼 공략은 막막한 과제 중 하나다. 인디 개발사들은 게임 만들고 버티기도 힘든데 마케팅에 쓸 비용이 없다고들 하고, 대형 개발사들은 모바일게임 시장처럼 마케팅과 판매량이 직접 연결되지 않아 돈을 써도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시장이라고들 한다. 그래서 진짜 '성공'을 거둬본 자들의 말에 더더욱 귀기울일 필요가 있는 시장이다.
<네쎄쓰>라는 게임을 아시는가. 7,676개 스팀 리뷰 중 95%가 긍정적인 소위 '압긍' 얼리 액세스 인디게임이다. 재밌는 점은 처음 2년 동안의 판매량을 보면 정말 "처참"한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1인 개발로 시작했던 매즈 스코프가르드는 한 자리도 안 되는 일일 판매량이 이어지자 말 그대로 다른 직업을 알아봐야 할 수준이었다. 2019년부터 시작된 그 동트기 전의 긴 새벽을 그는 어떻게 견뎠던 것일까. 그랬던 게임이 어떻게 밀리언셀러가 된 것일까. /독일=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긴 얼액 기간을 뚫고 정식 출시도 앞두고 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을 못 들어보신 분이라면 트레일러를 통해 특징을 살펴보실 수 있다.
▲ 덴마크의 인디 개발자 매즈 스코프가르드는 자신이 <네쎄쓰>를 통해 겪은 이야기를 가감없이 공유했다.
▲ <네쎄쓰>의 판매량 곡선이다. 마치 2022년 1월에 아주 작은 변화가 시작되어 2022년 6~7월의 폭발적인 증가를 만나기 전까진 미동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이 판매량 곡선을 꼭 기억하며 아래 내용을 읽어주시길 부탁드린다.
꾸준히 변한다는 믿음을 남겨라
"얼리 액세스 출시 4일째 되던 날, 판매량은 한 자리도 아니고 아예 0개였어요. 사실 사망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죠."
일반적으로 출시 대목 때 그래프가 큰 폭으로 치솟고 이후 천천히 하락세를 맞이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뚫고 내려갈 바닥도 없던 상태였다. 아예 팔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1인 인디 개발자에게 마케팅 예산은 전무했고, 경험이 없어 출시 두 달 전에 급하게 만든 스팀 페이지의 위시리스트는 몇 백 개도 채 되지 않았다. 개발자의 꿈을 접어야 할 상황이었다.
▲ 좌상단의 빨간 표시가 된 작은 부분이 보이시는가. 판매량 곡선 그래프의 맨 처음 초기 판매량 부분을 확대해 보여준 모습이다. 판매량 0에서 아주 많이 팔렸다 하는 날이 20~50개 안팎인 말 그래도 파리가 날린 상태다. 그러나 그는 게임을 놓치 않았다.
얼리 액세스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을 가진 분들이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매즈는 이 극소수의 플레이어들에게 게임을 믿고 플레이할 만하다는 감각을 주는 데 혼신의 힘을 다했다. 매주 매달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무모한 약속을 몸으로 실현했다.
"밤낮 없이 삶을 갈아넣었어요. 디스코드에 올라오는 질문은 한 시간 이내로 답했고, 버그는 몇 시간 이내에 수정하면서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 첫 출시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굉장히 다른 게임 중 하나다. 처음에는 혼자서 아트까지 모두 했던 그였지만, 2022년부터는 아트 담당 2명과 함께 비주얼도 대대적으로 변경했다.
개발자가 이렇게 진심을 다 하자 극소수였던 초기 플레이어들이 이 게임을 자체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판매량과 비교하면 미약한 수준이지만 그렇게 아주 조금씩 소수의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인정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스팀 태그 그리고 키워드의 힘
스팀 백엔드를 살펴보면 그는 '태그'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상점 페이지 우측에 붙는 '태그'를 수정했을 때 방문자 수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실험을 했던 것이다.
한눈에 알 수 있는 유사 장르의 게임 <테라리아>, <스타듀밸리> 등의 태그를 분석해 이에 맞춰 최적화된 태그를 찾는 스트레드시트를 만들었다. 심지어 <발더스 게이트 3> 같이 스팀을 뜨겁게 달궜던 비슷하지 않은 장르의 대형 신작이 나올 때도, 그 파도를 이용해보려는 시도도 해봤다.
"초반 몇 개의 핵심 태그는 게임과 정확하게 일치해야 하겠지만, 15개까지의 태그는 알고리즘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쳐요. 이 후반부 태그를 과감하게 바꿔보시는 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키워드의 힘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주간에서 월간 업데이트 체제로 전환하며 대규모 업데이트를 준비하던 시기,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던 유저들은 <테라리아>와 <림월드>의 조합이라고 말하는 경우들이 많았고, 이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인플루언서들에게도 어필했다. 그리고 이러한 마케팅 메시지는 '기적'을 불러오는 첫걸음이 되어줬다.
▲ 앞서 보여드린 완전 초기의 판매량보다 조금 더 긴 기간을 확대한 모습이다. 몇몇 폭발적인 변곡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인플루언서'와 '스팀 할인'의 힘이 이제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인플루언서 그리고 스팀 할인
2022년의 판매량 급증이 오기 전까지, 유의미한 작은 변곡점들도 있었다. 2020년 1월, 한 <마인크래프트> 전문 유튜버가 <네쎄쓰>를 플레이한 영상을 올리면서 아주 작은 입소문이 시작됐다. 개발자의 꿈을 접지 않아야 할 이유가 되어줄 작은 반응이었다.
그렇게 2년이 지나 2022년이 됐을 때, 앞서의 명확한 콘셉트 어필과 인플루언서들 사이의 입소문이 기반이 되어 기초 판매량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스팀에 다시 연락을 취한 그는, 이전엔 거절 당했던 프로모션 기회를 얻었고, '데일리 딜' 할인 노출 기회를 얻게 됐다.
그렇게 기적이 시작됐다. 이 하루 동안의 판매량이 지난 2년 동안의 판매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다. 그렇게 시작된 폭발적인 우상향 그래프는 시너지를 내면서 2023년엔 밀리언셀러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1인 개발로 시작했던 그는 덴마크에서 8명으로 구성된 팀을 이끄는 현재의 모습으로 거듭났다.
적은 유저들에게라도 '신뢰'를 주는 것, 상점 페이지에서 명확한 콘셉트를 확고하게 전달하는 것, 스팀 태그의 활용과 실험을 적극적으로 해볼 것, 커뮤니티 그리고 게임을 플레이해준 인플루언서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 이제 1.0 버전 출시를 앞둔, 긴 새벽을 지나온 인디 개발자가 전하는 중요한 덕목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