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레딧의 <퍼스트 디센던트> 서브레딧은 때아닌 영상 하나로 시끄러웠다. 게임의 오류나 불법 프로그램을 악용하는 영상이 아닌, 게임의 광고 영상 때문이었다.
<퍼스트 디센던트>의 공식 틱톡 계정을 통해 올라온 것으로 보이는 해당 영상은 스트리머로 보이는 남성이 지난 7일 적용된 시즌 3 업데이트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는 영상 여러 개를 하나로 이어 붙인 것이었다. 유저들은 해당 영상이 AI를 활용해 제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부자연스러운 억양과 시선 처리, 특유의 질감까지 AI가 만든 영상과 똑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영상을 공유한 사람은 <퍼스트 디센던트>의 크리에이터였다. 그는 "넥슨 크리에이터즈에 8,800명 이상이 가입되어 있는 상황에서, 실제 콘텐츠 크리에이터 대신 이런 광고에 AI를 사용한다는 것은 크리에이터들의 뒤통수를 치는 것과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현재 <퍼스트 디센던트>의 공식 계정 관리자는 해당 광고에 대한 비판이 심해질 때마다 영상을 삭제한 후 다시 업로드하고 있다"며, "이들은 해당 영상을 시즌 3 업데이트 전부터 광고로 활용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 게임 홍보에 스며든 AI, 약일까 독일까?
게임사가 자사의 게임 홍보에 AI를 활용한 사례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일례로 작년 8월 액티비전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기타 히어로>와 <크래시 밴디쿳>, <콜 오브 듀티>의 AI로 제작된 광고를 게재했다. 해당 광고는 앱스토어로 연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모두 가짜다.
다운로드 버튼을 누르면 "실제 게임이 아니지만 언젠가는 출시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즉, 해당 게임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하기 위해 AI로 제작된 가짜 광고를 게재한 것이다.

▲ 액티비전이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으로 업로드한 AI 활용 광고
이후 지난 5일에는 라이엇 게임즈의 모바일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와일드 리프트>(이하 와일드 리프트)에서 AI 활용 논란이 불거졌다. 문제가 된 것은 <와일드 리프트>의 공식 웨이보 채널에 업로드된 서비스 3주년 기념 트레일러 영상으로, 해당 영상은 AI로 제작된 정황이 분명하게 드러나 유저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쉬 <와일드 리프트> 총괄 프로듀서는 자신의 SNS를 통해 해당 영상이 크리에이터가 제작한 영상이었음을 밝히며, "공식 채널에 콘텐츠를 게시할 때 높은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고 출처를 명확히 밝히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기업이 자사의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AI를 활용하는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다만 그렇게 제작된 콘텐츠의 품질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느냐는 다른 문제다. 실제로 앞서 두 사례의 경우, 유저들은 게임사가 자신들이 즐기는 게임을 'AI 슬롭(AI로 만들어진 저품질 콘텐츠)'으로 오염시킨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논란이 된 <와일드 리프트>의 영상 중 일부

▲ 논란이 거세지자 <와일드 리프트>의 데이비드 쉬 총괄 프로듀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사과했다.
# 또 다른 논란, 퍼블리시티권 침해?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해당 영상에서 첫 번째로 등장한 남성이 실제로 활동 중인 스트리머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다니엘 더 데몬(DanieltheDemo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그는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퍼스트 디센던트>와 아무런 연관이 없으며, 그들이 제 영상의 얼굴과 반응을 AI로 변조한 것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 해당 영상에 나온 인물은 실제 스트리머인 다니엘 더 데몬(DanieltheDemon)이다.
이와 관련해 법리적인 문제는 없는지 자문을 구했다. 이철우 게임 저작권 전문 변호사에 따르면, 연예인이나 성우, 인터넷 방송인 같은 경우는 본인의 이름이나 목소리, 초상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인 '퍼블리시티권'을 가진다.
만약 해당 스트리머가 자신의 초상과 목소리 등을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었을 경우, 이를 허가 없이 상업적 광고에 활용하는 것은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21년 11월부터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으로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하는 규정이 신설되었으나, 미국은 훨씬 이전부터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고 보호하고 있다. 해당 스트리머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적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의미다.

▲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연예인, 스트리머의 초상을 무단으로 활용한 광고 역시 퍼블릭시티권 침해 사례에 해당한다. (이미지 출처: 침착맨 유튜브)
한편, 논란이 거세지자 개발진은 1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공지를 게시했다. 해당 공지에서 개발진은 “틱톡 크리에이티브 챌린지 이용 과정에서 크리에이터 영상 무단 도용 여부 및 AI 사용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다”며, “이는 명백한 저희의 관리 소홀로 계승자분들의 의견을 확인한 즉시 집행을 종료했다”고 전했다.
<퍼스트 디센던트> 공식 틱톡 계정으로 영상이 업로드되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틱톡의 광고 기능으로 크리에이터의 광고 영상이 공식 계정과 연결된 것일 뿐, 공식 틱톡 계정에는 크리에이터 광고 영상을 일반 게시물로 올리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스트리머의 초상을 무단으로 도용한 문제에 대해서는 “틱톡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타 크리에이터의 제작물로 확인되어 이에 대한 차단 조치를 완료했다”고 덧붙였다.
개발진은 “이번 일을 통해 마케팅 콘텐츠의 진정성과 크리에이터와 커뮤니티의 노력을 존중하지 못한 점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 개발팀 검수 단계를 추가하는 등 광고 및 마케팅 검수 체계를 전면 재정비하고, 동일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개선해 나가겠다”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