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게임 팬이라면 반가워할 소식이다. 국내 인디 개발사 슈퍼썸이 선보이는 신작 <플레밍 저택의 죽음>은 놓치면 후회할만한 웰메이드 국산 추리 게임이다.
슈퍼썸은 앞서 2016년 <블랙홀 해저드>로 PC 패키지 게임 시장에 도전했지만 아쉬운 성과를 거뒀다. 이후 모바일로 눈을 돌린 그들은 <동물온천>, <동물극장> 같은 캐주얼 게임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마음 한 편에는 늘 PC 게임 개발에 대한 열망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가슴 한편에 품어온 꿈을 다시 펼친 결과물이 바로 <플레밍 저택의 죽음>이다.
귀여운 동물 게임을 만들던 개발사가 어째서 피와 죽음이 가득한 추리 게임에 도전하게 됐을까? 그 중심에는 도형식 아트 디렉터의 확고한 취향이 있었다. 만화가 우라사와 나오키의 화풍을 “눈을 감고도 따라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좋아했던 그는, 고전 추리 소설의 삽화에서 영감을 받아 지금과 같은 독특한 화풍을 완성했다.
<플레밍 저택의 죽음>은 BIC 2025(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 출품작으로, 국내외 게이머들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게임의 데모 버전은 현재 BIC 공식 홈페이지에서 8월 29일까지 누구나 내려받아 플레이할 수 있다.

"이 게임은 법의학 미스터리 어드벤처 장르로, 죽음과 관련된 장면이나 설정이 등장할 수 있습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나타나는 이 경고문은 <플레밍 저택의 죽음>의 정체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플레이어, 그리고 주인공은 유능한 형사도, 탐정도 아니다. 동물 같은 직감과 추리력으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진범을 찾아내는 것이 아닌, 누군가 죽고 다친 현장에 남겨진 단서를 바탕으로 망자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파악하는 검시관이 되는 것이 게임의 목표다.
게임의 배경은 1959년 영국 런던 근교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당시의 검시 기술이 추리의 재미를 극대화할 만큼 적절히 발달했다는 점, 다른 하나는 2차 세계대전에서부터 이어지는 일련의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는 점. 이는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중요한 복선이 된다.

# 모든 죽음은 흔적을 남긴다
본격적으로 게임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앞서 설명했듯 플레이어는 검시관이 되어 사망자의 신원과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를 파악해야 된다. 본인에게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정보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 그의 죽음이 남긴 흔적들을 토대로 사건의 전말을 파악해야 한다.
단서 수집은 포인트 & 클릭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행히 조사 가능한 지점은 반짝이는 아이콘으로 표시되고, 확인을 마친 단서에는 체크 표시가 나타나는 등 편의성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찾은 단서에는 이름과 지역명 같은 중요한 정보들이 숨겨져 있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망 진단서의 빈칸을 알맞게 채워넣는 것이 게임의 목표다. 보통 중요한 정보는 빨간줄로 표시되지만 종종 표시되지 않은 정보가 빛을 발하는 순간도 있다. 이를테면 신문이 발행된 날짜, 신분증에 기재된 생년월일 같은 것들 말이다.

▲ 가장 자주 보게 될 사건 현장. 현장의 단서는 반짝이는 빛 아이콘으로 표시된다.

▲ 단서에는 이름과 정보, 직업 등 추후 사망진단서에 기재해야 할 정보들이 담겨 있다.
이 밖에 현장에 남겨진 물건 외에도 시신의 상태와 혈흔 역시 중요한 단서다. 현장에서 수집한 혈액은 이후 실제 혈액형 검사법을 활용해 누구의 몸에서 나온 것인지 찾을 수 있으며, 부검에서는 시신에 남겨진 상흔과 손상 정도를 분석해 망자의 사망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이 같은 법의학 관련 정보를 실제 법의학자들의 자문을 토대로 대단히 사실적으로 묘사한 점이야말로 본작만의 개성이자 정체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실제 혈액형 검사 방법을 활용해서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혈액의 주인을 찾을 수도 있으며,

▲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과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도 있다.
# 추리게임으로서의 짜임새도 훌륭
<플레밍 저택의 죽음>이 단순히 법의학 소재를 차용하는 데 그쳤다면 이토록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이 게임의 진정한 매력은 추리 게임으로서의 짜임새, 즉 사건과 단서를 엮어내는 방식에 있다.
예를 들어보자. 사망진단서에 '사망 장소'를 기재해야 하지만, 현장 어디에도 주소는 보이지 않는다. 유일한 단서는 차 안에서 발견한 지도 한 장 뿐. 지도에 표시된 지역 중 어디가 사망 장소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사건 현장의 길의 모양과 노을이 지는 방향을 토대로 추리하는 것이다.

▲ 사망 장소가 어디냐고? 현장에 답이 있다.
이처럼 게임 내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정보는 정말 많다. 처음 사망진단서의 빈칸을 마주하게 되면 “이걸 내가 어떻게 알아?” 같은 말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끈기 있게 숨겨진 단서를 찾고, 흩어진 정보의 조각들을 하나로 꿰어 맞추는 순간,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 텅 비어있던 진단서를 하나하나 채워나갈 때의 쾌감이 엄청나다.
정리하자면 <플레밍 저택의 죽음>은 명작 추리 게임 <오브라 딘 호의 귀환> 처럼 사건이 발생한 현장의 단서들을 토대로 망자들이 품고 있는 진실을 밝히는 게임이다. 포인트 & 클릭 스타일로 단서들과 정보들을 채집해서 사망진단서의 빈 칸을 채우는 구성은 또 다른 추리 게임 <황금 우상 사건>과 비슷하지만, 사실적인 검시 기법과 짜임새 있게 배치된 단서들을 토대로 사건의 진상을 유추해나간다는 점은 추리 게임으로서의 매력도를 한층 높인다.
이번 데모에서 공개된 정보는 게임의 첫 번째 에피소드, 그 일부에 불과하다. 즉, 이후에는 더 많은 사건과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게임은 오는 2026년 1분기 출시를 앞두고 있으니, 이후 마주하게 될 미스터리한 사건들에 기대를 갖고 기다려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