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발매된 샌드폴 인터렉티브의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이하 33 원정대)는 전 세계 RPG 팬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주목받았다. 독특한 세계관 설정 속에서 턴제 전투에 실시간 요소를 성공적으로 결합하며 독창적인 리듬과 긴장감을 창출했다. <33 원정대>는 올해 'GOTY'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언급한 이 게임의 전투 시스템은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이번 데브컴 2025 현장에서 열린 강연 'The Combat of Clair Obscur: Expedition 33'에서 샌드폴 인터렉티브 리드 게임 디자이너 미셸 노라(Michel Nohra)가 강단에 올라 게임의 전투 디자인 과정을 상세히 공개했다. 노라는 전투 시스템의 개발 철학과 도전 과제, 그리고 소규모 팀이 어떤 도구를 활용해 복잡한 RPG 시스템을 구축했는지를 공유했다.
노라는 수학 전공자로 게임업계에 입문해 앙카마의 MMORPG

JRPG 전통 위에 실시간 전투를 세우다
<33 원정대> 전투 디자인의 출발점은 JRPG 전통 위에 실시간 액션의 박진감을 얹는 것이었다.
노라는 <로스트 오디세이>, <페르소나 5>, <파이널 판타지 X>, <세키로>, <데빌 메이 크라이 > 등 다양한 작품을 '셧아웃'하며 개발팀이 이들 작품으로부터 빚을 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게임의 초기 프로토타입 버전은 마나 시스템과 다수의 소모품을 포함한 전통적인 턴제 RPG에 가까웠다. 그러나 제작진을 개발을 진행하며 AP(행동 포인트) 기반 구조로 전환됐다.
방어 버튼을 단순히 누르고 있는 방식은 지루하다는 판단 아래 과감히 삭제했고, 대신 패링과 카운터 메커닉을 중심에 배치해 보다 능동적인 플레이를 유도했다. 턴제 RPG에 도입된 패링 시스템은 개발팀이 가장 공들인 부분 중 하나였다. 단순히 QTE 수준의 타이밍 입력을 요구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적의 공격 모션과 카메라 각도, 애니메이션 속도까지 세밀하게 조정해 플레이어가 직관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실패했을 때의 좌절감을 줄이기 위해 ‘그래디언트 카운터’와 같은 보완 장치도 마련했다. 이 시스템은 콤보 중 일부를 패링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마지막 공격 페이즈에서 반격의 기회를 제공하며 플레이어가 계속 도전할 수 있도록 했다.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개발팀은 플레이어가 전투 시스템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복잡성을 줄이는 결정을 반복했다. 캐릭터별 스킬은 당초 40여 개에서 20여 개를 거쳐 최종적으로 전투 중 6개만 사용할 수 있도록 대폭 축소됐다. 상대할 적 NPC의 개체수 역시 4명에서 3명으로 줄였으며, 이는 카메라 연출과 시각적 시인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애니메이션 역시 간소화됐다. 긴 연속 공격 모션은 짧고 강렬한 연출로 대체되어 플레이어가 흐름을 따라가기 쉽도록 조정됐다. 이러한 변화는 난이도 조절과 맞물려, 초보자부터 숙련자까지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을 수용할 수 있게 했다.
노라는 "배우기는 쉽고 마스터하기는 어렵다"는 정통적인 게임 개발 방법론을 인용하면서, 캐릭터 디자인 철학에도 이러한 부분이 도입되었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인 조작은 단순하지만, 시스템을 깊이 이해하고 응용하면 높은 보상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설명. 루네의 '얼룩' 메커닉은 대표적인 예로, 속성에 따라 다른 효과를 부여하면서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다양한 스킬을 활용하도록 유도했다.
루네의 얼룩은 스킬을 사용할 때 다른 원소를 얻고, 그것을 사용해 스킬을 강화하는 메커니즘이다. 여러 원소 스킬을 적재적소에 섞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들불은 화염과 빛을 하나씩 생성하고, 물 얼룩 2개를 써서 강화할 수 있다.

소규모 팀이 어떻게 이런 게임을...
흥미로운 대목은 소규모 팀이었던 샌드폴이 복잡한 RPG 전투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해 선택한 개발 방식이다.
샌드폴은 언리얼 엔진의 모듈화 구조를 적극 활용했으며, 디자이너들이 직접 애니메이션 타이밍을 조정하거나 카메라 효과를 설정할 수 있는 도구를 마련해 창의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특히 노라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구는 엑셀”이라고 밝히며, 수치 설계와 밸런싱을 엑셀에서 공식화하고 시뮬레이션한 뒤 엔진으로 포팅하는 방식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를 통해 전투 밸런스를 빠르게 반복 검증할 수 있었고, 보스전이나 고유 메커닉의 난이도를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었다.
노라는 <33 원정대>의 전투 시스템이 완성되기까지 수년간의 반복과 테스트, 피드백 반영 과정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방어와 회피, 패링과 카운터, 그리고 캐릭터별 고유 메커닉을 세심히 다듬은 끝에, 전투는 단순한 턴제 이상의 긴장감과 성취감을 제공하는 형태로 진화했다.
그는 "실시간과 턴제를 결합한 이 시스템은 많은 제약과 도전 속에서 태어났지만, 결국 플레이어들에게 배우기는 쉽고 마스터하기는 어려운 재미를 선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자부했다. 강연 말미에 그는 영어로 'Thank You'라고 하는 대신, 프랑스어 'Merci'를 노출하면서 다시 한 번 자신들의 정체성이 프랑스에 있음을 강조했다.
노라의 강연 시간이 모두 종료된 이후, 수십여 명이 줄을 서 수십 분동안 그와 게임 개발 방법론에 대해 토론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