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볼버 디지털(이하 디볼버)이 올해도 어김없이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이하 BIC) 현장을 찾았다. 이들은 <엔터 더 건전>, <인스크립션>, <컬트 오브 더 램> 등 내로라하는 작품들을 퍼블리싱한 글로벌 인디 게임 퍼블리셔로, 전 세계에 숨어있는 옥석 같은 인디 게임들을 엄선해서 소개하는 인디 게임계의 ‘미슐랭 가이드’라고 할 수 있다.
디볼버는 벌써 8년째 BIC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메인 스폰서 중 하나다. BIC 현장을 찾은 한국의 인디 게임 매니아들에게 특별한 인디 게임을 소개하기 위해 매년 부스를 준비해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디볼버가 자신 있게 ‘말아준’ 신작 게임은 무엇일까. 디볼버 부스를 찾아가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 보았다.

# 걸음마처럼 힘겹게 내딛는 한 걸음, <베이비 스텝>
‘항아리 게임’으로 잘 알려진 작품 <게팅 오버 잇>의 개발자 베넷 포디(Bennett Foddy)가 돌아왔다. 그의 신작 <베이비 스텝>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는 워킹 시뮬레이션, 정확히는 “걸음마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저 앞으로 나아가야 했던 그의 전작들과 다르게 이번 작품에는 나름의 내러티브가 존재한다. 아기 같은 잠옷 차림으로 지하 아지트에서 생활하고 있던 35년 차 백수 ‘네이트’는 어느 날 알 수 없는 이유로 외진 숲속에서 깨어나게 된다. 그 이후는? 늘 그랬듯 눈앞에 보이는 길을 따라갈 뿐이다.

<베이비 스텝>에서 플레이어는 네이트의 양쪽 발을 이리저리 움직여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콘솔 패드 기준으로 왼쪽과 오른쪽 트리거가 양발에 해당한다. 트리거를 당기면 발을 들고, 방향과 거리를 잘 조절한 이후 트리거를 놓으면 발을 내디딘다. 욕심내서 발을 너무 멀리 뻗거나, 급하게 두 발을 움직이면 넘어지기 일쑤다.
게임은 마치 어린아이의 걸음마를 연상시킨다.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낯선 세계를 향해 내딛는 첫 발자국 말이다. 위태위태하게 걸음을 이어가다 보면 미끄러운 이끼를 밟거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곤 한다. 하지만 곧장 다시 일어서서 어딘지 모를 목적지를 향해 길을 따라 나아가는 것이 게임의 전부다.

여담으로 옷의 얼룩 표현과 주인공의 엉덩이가 굉장히 사실적이다…
물론 악명 높은 베넷 포디의 작품답게 나아가야 할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다. 울퉁불퉁한 바위산을 오르기도 하고, 비좁은 판자 위를 건너기도 한다. 실수는 곧 추락으로 이어지지만 게임 오버는 없다. 오히려 전작들과 비교해 보면 난이도는 비교적 낮은 편이라는 느낌도 든다.
대신 이번 작품에서는 베넷 포디의 작품 중 최초로 인물들 사이의 ‘대화’가 등장한다. 홀연히 등장해 말을 거는 ‘짐’에게 우물쭈물 대답하는 네이트의 모습이 (나쁜 의미로) 인상적이다. 이어지는 발걸음이 그의 행동과 성격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기대를 갖게 만든다.
<베이비 스텝>은 오는 9월 9일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 벽돌 깨기 + 탄막 슈팅 + 로그라이크, <볼X핏>
게이머라면 한 번쯤 ‘벽돌 깨기’ 게임을 즐겨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커서를 움직여 공을 이리저리 튕겨내 벽돌을 맞춰 부수는 단순하지만 중독성 있는 게임으로, 아케이드 게임에서 시작해 모바일게임까지 이어지면서 긴 시간 우리 게이머들의 지루함을 달래주지 않았던가.
미국의 인디 개발자 케니 선(Kenny Sun)이 개발 중인 신작 <볼X핏>은 이렇듯 우리에게 친숙한 벽돌 깨기에 로그라이크 요소를 더한 독특한 룩 앤 필을 가진 게임이다.
게임은 크게 전투 구간과 영지 경영 구간으로 나뉜다. 서로 다른 플레이 방식을 가진 두 구간이 나란히 이어지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구성은 민트로켓의 <데이브 더 다이버>와 똑 닮아있다.
전투 구간에서 플레이어는 벽돌 깨기 게임처럼 캐릭터를 조종해 공을 던져 서서히 다가오는 벽돌 모양의 적들을 공격해야 한다. 적을 처치하면 경험치 조각이 떨어지고, 캐릭터를 이동해 경험치 조각을 모으면 캐릭터의 레벨이 오른다. 캐릭터 레벨이 오르면 전체적인 스탯이 증가하고 무작위 볼 또는 패시브 스킬 하나를 얻을 수 있다.


캐릭터가 사용할 수 있는 볼은 각기 다른 피해량과 추가 효과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적에게 지속적으로 화염 피해를 입히는 볼도 있고, 적에게 적중하면 여러 개의 미니 볼로 분열하는 볼도 있다. 이 같은 볼 역시 성장이 가능하며, 최대 단계까지 성장한 볼 2개를 합쳐 새로운 효과를 가진 볼을 만들거나 각 볼의 효과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볼을 만들 수 있다.
각 스테이지의 끝에선 거대한 보스와의 전투가 플레이어를 맞이한다. 서서히 다가오는 적들을 무찌르며 앞으로 나아가던 기존 전투와 달리, 보스전에선 뒤로 후퇴하며 보스가 날리는 무수한 투사체들을 피하는 탄막 슈팅 게임 스타일의 전투가 진행된다. 다양한 볼과 패시브 스킬을 활용해 보스의 약점을 공격할 수 있는 볼을 조합하는 것이 공략의 핵심이다.

전투에서 획득한 자원으로 영지에 새로운 시설을 지을 수 있다. 식량과 나무, 석재를 얻을 수 있는 생산 시설부터 캐릭터에게 추가 능력치를 부여하는 건물까지, 지을 수 있는 시설 역시 다양하다.
독특한 점은 자원 수확과 건물 건설 역시 블록 깨기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하루에 단 한 번 뿐인 발사 기회에 최대한 많은 자원을 모으고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시설을 배치하고 볼을 날리는 궤적을 연구하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플레이어의 영지 역시 플레이 진행도에 따라 점점 더 넓어진다. 더 많은 건물을 배치해 캐릭터를 강화시키고, 이렇게 강화된 캐릭터로 전투해 더 많은 자원을 얻는 성장 방식이 게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독특한 ‘킥’이다.
게임은 오는 10월 16일 정식 출시된다. 익숙한 로그라이크 게임에 질렸다면 한 번 도전해 보길 권한다. 단언컨대, 쉽게 내려놓지는 못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