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산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5민랩이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2025(BIC 2025) 현장에서 새로운 감성의 신작, <언더스티드: 과거에서 온 편지>(이하 언더스티드)를 선보였습니다.
<언더스티드>는 시간의 더께가 쌓인 낡은 물건들을 정성껏 닦고 매만지며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주는 섬세한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브러시와 에어건 등 다양한 도구를 손에 들고 까만 먼지에 뒤덮인 찻잔, 붉은 녹에 잠긴 타자기, 이끼가 시간처럼 내려앉은 카세트 플레이어 같은 오래된 사물들에게 다시 숨결을 불어넣어 주어야 합니다.


청소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가 낯설지는 않지만, <언더스티드>는 광활한 공간이 아닌, 손때 묻은 사물 하나에 집중하며 그 안에 깃든 이야기를 풀어내는 독특한 내러티브로 차별점을 둡니다. 게임은 어머니의 부고를 듣고 오랜만에 고향집을 찾은 주인공의 시점에서 시작됩니다. 낡은 상자 속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 닦아내는 동안, 플레이어는 잊고 있던 과거의 추억과 마주하며 잔잔한 치유의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언더스티드>에는 시간 제한도, 게임 오버도 없습니다. 오롯이 눈앞의 물건에 집중하며 시간의 흔적을 섬세하게 지워나가는 과정 그 자체가 목적이 됩니다. 따뜻한 색감의 유려한 일러스트와 마음을 어루만지는 서정적인 배경 음악은 이 고요한 몰입의 시간을 더욱 풍요롭게 채워줍니다.


# 5민랩에서 이런 게임이?
<언더스티드>의 이 같은 서정적인 분위기는 <킬 더 크로우즈>, <민간군사기업 매니저: 택티컬 오토 배틀러> 등 5민랩이 선보여온 강렬한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결을 보여줍니다. 이렇듯 다채로운 스펙트럼은 아이디어와 의지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주는 5민랩의 독특한 개발 문화 덕분에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언더스티드>는 <킬 더 크로우즈>, <민간군사기업 매니저: 택티컬 오토 배틀러> 등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5민랩의 전작들과는 사뭇 다른 결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게임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5민랩만의 독특한 개발 문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직책과 경력에 상관없이,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뜨거운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게임 제작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죠.
<언더스티드>의 개발을 이끈 최윤정 PD 역시 그렇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시작한 인물입니다. <킬 더 크로우즈>의 아트 디렉터였던 그는 우연히 접한 ‘오들리 새티스파잉(Oddly Satisfying)’ 영상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더러운 것이 깨끗해지고, 무질서한 것들이 정돈될 때 느끼는 기묘한 쾌감, 그 감각을 게임이라는 언어를 통해 전달하고 싶다는 소망이 <언더스티드>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최 PD는 기존 청소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청소해야 할 방대한 공간을 제시해 플레이어에게 부담을 주기보다는 하나의 사물에 집중하며 그 속에 담긴 사연을 조명하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이 선택은 자연스럽게 내러티브 중심의 게임으로 이어졌고, 마음이 맞는 동료 셋이 모여 약 1년 6개월의 개발 끝에 세상에 온기를 전할 준비를 마치게 된 것입니다.

# 가족적인 힐링 게임, 첫 기획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
그런데 이 게임, 처음부터 이렇게 잔잔하고 가족적인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놀랍게도 최초 기획 당시 게임의 배경은 놀랍게도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였습니다.
최윤정 PD는 당시만 해도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이야기를 준비했다고 말합니다. 그 중 하나는 인류가 완전히 멸종한 세계에서 외계에서 온 다른 생명체가 인류가 남긴 물건을 습득하고 정리하면서 인류에 대해 알아간다는 이야기였고, 또 다른 이야기로는 문명의 붕괴로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진 이후 먼저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이 집의 물건들을 정리하며 가족들을 기다린다는 이야기였죠.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설정은 걷어내고, 지금처럼 현실에 발을 붙인 이야기로 방향을 틀게 되었습니다. 더 많은 이들에게 보편적인 공감대와 깊은 몰입감을 선사하기 위한 선택이었죠. 덕분에 플레이어는 게임 속 주인공의 이야기에 자신의 경험을 투영하며 더 큰 위로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흥미진진했던 포스트 아포칼립스 이야기는 먼 훗날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현재 <언더스티드>는 막바지 담금질에 한창이며, 오는 10월 PC와 닌텐도 스위치로 정식 출시될 예정입니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자극적인 일상에 지쳤다면, BIC 공식 홈페이지와 스팀에 공개된 데모 버전을 통해 먼저 만나보시길 권합니다. 묵묵히 사물을 닦아내는 당신의 손길 끝에서, 잊고 있던 낡고 소중한 추억이 다시 찾아올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