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진짜 개발자 천재인가?”
폭탄 애벌레 퍼즐게임 <Öoo>를 직접 플레이한다면 입에서 20~30번 이상은 저절로 튀어나올 말이다. 호들갑이나 과장 하나도 없이, 기자 같은 퍼즐게임 마니아도, 이 장르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초심자도 조금만 적응하면 금세 이 고민의 시간이 즐거워질 정도로, 매우 친절하고 정교하게 설계된 게임이다.
가장 확실한 건 유저들의 평가가 아닐까. 이 게임을 꼭 해봐야겠다고 마음 먹은 8월 12일까지만 해도 500개가 조금 안 되는 스팀 리뷰 중 무려 100%가 긍정 평가였다. “수백 개 중에 정말 단 하나도 부정 리뷰가 없다고?”라고 의심하며 레벨디자인과 귀여움에 대한 예찬 리뷰들을 한참 읽어봤다. 14일 현재는 그 수가 조금 늘어 790개 스팀 리뷰 중 99%가 긍정적인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도대체 어떤 게임이길래 단순함을 극한까지 밀어붙여 참신함을 이끌어냈다는 평을 이리도 많이 받고 있는 것일까.
# 폭탄의 반동으로 장애물을 넘어가자
이하 리뷰에서 계속 비슷한 말을 하겠지만, 이 게임은 구태여 설명을 듣는 것보다 직접 해보는 편이 훨씬 이해도 빠르고, 재미도 깊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게임의 콘셉트와 로직 모두 매우 단순하다. 새에게 잡아먹힌 애벌레가 입에서부터 출발해 미로 같은 새의 몸속을 탐험하고 결국 탈출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여기서 사용되는 건 오로지 하나 “폭탄”이다. 게임 타이틀이 애벌레 모양 <Öoo>인 것에서 유추할 수 있듯, 플레이를 따라가다보면 머리 뒤에 몸통 자리로 폭탄을 얻을 수 있다. 좌클릭으로 배치하고, 우클릭으로 터트린다. 정말 심플하다.
그러나 이 탈출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그 흔한 점프도 달리기도 없는 게임에서 “폭탄”을 아래에서 터트려 튀어오르고, 등 뒤에서 터트려 일정 거리의 대시를 해야 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아마 폭탄을 활용하던 다른 퍼즐게임을 연상하는 분들도 꽤 계시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정도에서 그쳤다면 이렇게 리뷰를 따로 쓰며 소개하지도 않았을 것이라 말씀드리고 싶다.
▲ 점프도 대시도 없던 게임에
▲ 폭탄이 생기면서
▲ 플레이가 엄청나게 확장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좌우 이동만 가능하던 주인공 애벌레는, 새의 뱃속에서 폭탄을 하나 찾게 된다. 이후부터는 이 폭탄 하나로 어디까지 행동할 수 있는지 감탄하는 일만 남았다. 단순히 대상을 파괴하거나 추진력을 얻는 것을 넘어, 환경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퍼즐을 제시하는 것으로 신규 기믹을 하나씩 풀어낸다.
좌클릭을 하면 자신의 아래로 폭탄을 놓게 되는데, 아래로 투과할 수 있는 발판에 폭탄을 걸쳐놓고 그 아래로 내려가 폭탄을 머리 위에 들고 이동하는 게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는 시점이 대표적인 예시다. 발판 없이는 그러한 움직임을 할 수 없게 설계되어 있어, 딱 그 환경이 나오는 시점에 이러한 동작도 가능하다는 걸 학습하게 된다.
목표가 단순명확한 것도 좋다. 출구를 찾는다는 거대한 목표 대신 눈앞에 있는 공간을 하나씩 열어나가는 과정을, 메트로배니아 게임에 흔히 쓰이는 맵에서 진행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파리’를 ‘개구리’에 데려가 막힌 길을 열고, 입처럼 생긴 ‘포탈’을 넘나들며 맵을 폭넓은 시야로 보며 활용하게 된다.
▲ 파리를 개구리에게 데려가며 길을 여는 단기 목표들이 계속해서 주어진다.
# 2단 로켓처럼 공중 도약! “이걸 이렇게?”
게임 제목인 <Öoo>은 머리, 폭탄, 폭탄을 형상화한 것이다. 다시 말해,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2개까지 폭탄을 얻는다는 암시인 셈이다. 폭탄이 2개가 되는 순간 마치 2단 로켓처럼 공중에서 다시 한번 이동하는 기믹이 끊임없이 추가된다. 공중에서 폭탄을 설치할 수는 없는 구조기 때문에, 첫 도약 전에 움직일 경로와 수를 미리 생각해야 한다.
폭탄이 하나 있을 때나 두 개 있을 때나, 가장 감탄이 나오는 퍼즐들은 ‘타이밍’을 활용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 하나로, 긴 시간 추락하는 세로로 긴 통로 위에서 폭탄을 설치해두고 떨어트린 뒤, 포탈을 이용해 폭탄이 떨어지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그 아래로 내려가 폭탄을 머리 위로 받아내야 풀 수 있는 퍼즐이 있는데, 메트로배니아 형식의 맵에서도 이 과정이 눈으로 보여져 직관성과 참신함까지 모두 잡아냈다.
후반부로 갈수록 굉장히 기상천외한 방식이 많이 나온다. 폭탄의 반동으로 다른 폭탄을 멀리 보내게 한다거나, 발판이 사라지고 생겨나는 조건을 활용해 갈 수 없던 곳을 가기도 한다. 기믹을 아예 모르는 채로 플레이하는 편이 훨씬 그 감탄의 크기도 커지는 법이니, 적정선까지만 언급하도록 하겠다.
▲ 이전의 움직임으론 도저히 갈 수 없는 곳들에도 닿을 수 있게 된다.
▲ 시야 안에 없는 다른 공간까지 맵을 폭넓게 쓰는 기믹들은 메트로배니아 형식의 지도 위에서도 오브젝트의 위치와 움직임 등이 보인다. 폭탄을 설치해두고 터트리기 전까지의 짧은 시간들임에도 이런 디테일한 표시 방식을 채택한 게 놀라웠다.
앞서 포탈을 타고 폭탄이 떨어지는 것보다 먼저 이동하는 방식과 구조적으로 유사한 것 중 하나가, 길 막은 ‘개구리’를 치워줄 ‘파리’를 영혼만 분리해내는 방식이다. 파리 바로 옆에서 폭탄이 터지면, 그 반동으로 영혼이 튕겨나가게 되는데, 이 영혼은 벽을 통과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부터 점점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영혼은 매우 짧은 시간만 유지되고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파리가 리스폰되기 때문이다.
파리의 영혼은 원하는 방향의 벽 너머로 보내면서, 플레이어는 그 자리에 미리 가있어야 한다. 이 정도 머리를 쓰는 시점에 다다르면 계속해서 놀라게 된다. “개발자는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있는 걸까?” 기믹이 이쯤 늘어나고 타이밍과 거리가 이렇게 정교하게 활용되기 시작하면, 의도한 플레이 외에 다른 방식으로도 파훼가 가능해져 싱거워지거나, 포탈 이동도 자유로워서 특정 구간에 갇히는 등 답답한 구간이 생기기 쉬운데, 이 게임은 그런 구간이 전혀 없다.
“이렇게 하는 건가?”하면 보통 그것보다 딱 두 세 걸음 더 나아간 방식을 보여주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기가 막힌 해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렇게 학습한 기믹을 앞선 공간과 아주 조금 다른 구성에서 다시 쓰게 만들어주는 것으로, 그 기믹을 완벽하게 습득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 파리의 영혼을 분리해내 데려가는 장면. 정지된 화면으로 보면 쉬워보이겠지만 실제로 해보면 그렇지 않다.
엔딩까지 2~3시간 안팎의 짧은 플레이타임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들이 이렇게 극찬을 할 때는 다 이유가 있다. 언어 하나 없이도 시청각적으로 당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매우 친절하게 제공해주는 동시에 정말 정교하고 깔끔한 퍼즐이 완벽에 가까운 레벨디자인으로 배치되어 있어 입을 다물 수가 없는 게임이다.
만약 당신이 퍼즐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이 게임은 라이브러리에 필수로 추가해야 할 타이틀이다. 퍼즐게임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 유저라도 부담 없이 입문작으로 즐겨봐도 좋을 게임이며, 특히 게임을 만드는 분들이라면 꼭 한 번은 <Öoo>의 아름다움을 경험해보시라 권하고 싶다.
▲ 폭탄과 타이밍 두 가지 재료만으로 이렇게 여러 차례 사람을 감탄하게 만드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다.
알아두면 재밌는 몇 가지 사실과 함께 기사를 마무리하려 한다.
- 플레이어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주인공 폭탄 애벌레는 그 자리에서 꾸벅꾸벅 잠이 든다.
- 폭탄이 가끔씩 다른 모양의 그래픽으로 나오는 이스터에그가 숨겨져 있다. 해골, 세로로 돌아가는 <록맨> 스타일의 폭탄 등 여러분도 직접 찾아보시라.
- 엔딩 이후에도 숨겨진 찾을거리들이 있다.
- 개발 중이던 당시의 타이틀은 몸통이 하나 더 붙어 있던 <Öooo>이었다.
- 이 게임을 만든 일본의 인디 개발자 나마 타카하시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략(플레이 스루) 영상이 있다. 퍼즐을 풀다가 도무지 모르겠다면 참고해도 좋을 듯하다.
- 기가 막히게 정교한 레벨디자인
- 이 모든 기믹이 폭탄과 타이밍의 조합으로만 완성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 보면 볼수록 애벌레가 귀엽다
- 플랫포머 점프로 열 받게 하는 구간의 거의 없다
- 알고 나면 "와 이걸 이렇게?"를 외치게 되지만, 모를 땐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는 구간이 일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