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전설의 JRPG로 불리는 이른바 ‘가가브 트릴로지’에 이은 차기작 <영웅전설 6: 하늘의 궤적> 20년의 세월을 넘어 풀 리메이크 작품 '하늘의 궤적 the 1st'로 돌아온다.
당시에는 영웅전설 시리즈의 6번째 작품이었고, 이후 <하늘의 궤적 SC>(Scend Chapter)가 발매되면서 <하늘의 궤적 FC>(First Chapter)로 개명되기도 했었다. 결과적으로 20년이 지나면서 ‘궤적 시리즈’라는 장대한 스토리의 서막을 열었던 이 기념비적인 작품은 현대적인 3D 그래픽과 개선된 시스템을 갖추고 다시금 <하늘의 궤적 The 1st>라는 이름으로 오는 2025년 9월 19일 팬들을 찾아올 예정이다.
이에 팔콤의 수장이자 '궤적' 시리즈의 핵심 개발자인 콘도 토시히로 대표를 만나 리메이크를 결심한 이유부터 원작과의 차이점, 팬들이라면 무릎을 칠 수밖에 없는 개발 비화, 그리고 후속작에 대한 계획을 묻고 그에 대한 답을 들어봤다.
▲ 팔콤의 콘도 토시히로(近藤季洋) 대표
[체험기] 하늘의 궤적 the 1st, 20년의 세월을 넘어선 귀환
[종합] 하늘의 궤적 1st 발표회, 팔콤의 콘도 대표와 성우들의 좌담회
[인터뷰] 팔콤 콘도 토시히로 대표
#리메이크 기획 배경과 방향성
Q. 디스이즈게임: 리메이크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품으로 <하늘의 궤적>을 선택하신 이유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팔콤 콘도 토시히로(近藤季洋) 대표: 네,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궤적' 시리즈가 20주년을 맞이했고, 시리즈 전체가 클라이맥스로 향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클라이맥스에 들어가기 전, 20년이나 이어진 시리즈다 보니 중간부터 입문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클라이맥스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줄 만한 타이틀이 필요하다고 계속 생각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첫 작품인 <하늘의 궤적>만 한 것이 없겠다고 생각한 것이 첫 번째 이유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단순합니다. 20년도 더 된 타이틀이기 때문에, 기존 '궤적' 시리즈 팬분들로부터 <하늘의 궤적> 풀 리메이크를 플레이하고 싶다는 요청이 계속해서 있었습니다. 그 목소리에 부응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두 번째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건 정말 저희 회사 내부적인 문제이기도 한데요, '궤적' 시리즈가 20년간 이어지면서 여러 문제가 생겼습니다. 시리즈 제작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마치 20년간 온라인 게임을 운영해 온 것 같은 상태가 되어버린 거죠.
그러다 보니 새로운 유저를 위해 '이렇게 해주자'하는 마음이 개발팀 내에서 조금씩 옅어져, 이미 시리즈를 잘 아는 사람들만을 위한 게임을 만들게 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의 궤적> 리메이크를 통해 바로 그 초심을 되찾고 싶었습니다.
Q. 리메이크인 <하늘의 궤적 The 1st>'는 원작의 장점을 그대로 재현한 리마스터에 가까운 작품인가요, 아니면 현대적인 해석을 더한 대담한 리크리에이션에 가까운 작품인가요?
A. 플레이하시는 분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왕 새롭게 풀 리메이크를 하는 만큼, 게임 플레이 부분은 현재의 유저들에게 맞는 것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한편으로 <하늘의 궤적>에는 옛 일본 RPG의 장점 같은 것들이 많이 담겨 있으므로, 그런 부분들은 현재의 유저들에게도 통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하고자 제작을 진행했습니다.
예를 들어, '궤적' 시리즈는 초창기 작품의 시나리오 볼륨이 지금처럼 크지는 않지만, 스토리 전개나 설정에 큰 매력이 있고, 깊이 파고들지 않아도 특유의 깊이가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계승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최근 게임들은 고생해서 무언가를 달성하는 성취감이 조금 부족해진 느낌이 듭니다. 원작 <하늘의 궤적>은 난이도가 조금 높지만, 그만큼 도전하는 재미가 있고 '어려웠지만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런 느낌은 남겨두고 싶었죠.
반면, 배틀은 최신 게임처럼 템포가 빠르고, 필드 액션과 커맨드 배틀 두 가지를 나눠 사용하는 방식으로 구현하여 매우 현대적인 게임에 가깝게 만들고자 했습니다.
Q. <영웅전설>이라는 시리즈명이 사라지고 '1st'만 남았는데, 타이틀이 짧아진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A.이건 저에게 있어 매우 감회가 새로운 질문입니다. <하늘의 궤적>을 처음 발매할 때도 사내에서 똑같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영웅전설'을 붙일 것인가, 뗄 것인가. 저는 내심 떼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었죠.
당시 '영웅전설'은 시리즈로 불렸고, 일본 팬들 사이에서는 '전설' 시리즈('덴세츠 시리즈')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걸 떼는 것은 그 간판을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자네가 만든 게임은 '영웅전설'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니 팔리는 거다"라는 꾸중을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영웅전설 6'이라는 넘버링도 있었기에, 결국 '영웅전설'이라는 이름을 명확히 달고 출시했습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하면, 감사하게도 이제는 '궤적' 시리즈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풀 리메이크하는 '하늘의 궤적'은 '영웅전설'이라는 원래의 야망, 즉 간판을 떼더라도 충분히 상품으로 통용될 만큼 성장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궤적 시리즈 하늘의 궤적', 그 첫 번째 작품이라는 의미로 'the 1st'라고 타이틀을 정했습니다.
▲리메이크에서 보여주는 연출을 원작과 비교해보는 것도...
Q. 원작 <하늘의 궤적 FC>의 엔딩은 이야기 자체가 속편인 <하늘의 궤적 SC>의 장대한 프롤로그라는 점에서 매우 유명합니다. 이번 리메이크 작품에서도 동일한 지점에서 엔딩을 맞이하게 되나요? 혹은 속편과의 연결을 위해 새로운 구성을 생각한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출시 전에 엔딩에 대한 질문을 주셨는데요(웃음) 어디까지나 FC(First Chapter)의 리메이크이므로, 기본적으로 내용은 FC와 동일하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하늘의 궤적> 주인공인 에스텔과 요슈아
# 게임 시스템과 기술적 개선사항
Q. 전투 시스템에는 <여의 궤적>이나 <시작의 궤적>에서 도입된 필드 어택과 커맨드 배틀 시스템이 채용된 것으로 보입니다만, 완전히 동일한 사양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A. 네, <여의 궤적>과 <시작의 궤적>에서 쌓아온 시스템은 다소 상급자용이라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유저분들로부터 받은 의견도 있었고,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아이 학교의 학부모 모임에 갔을 때, 같은 반 학부모님으로부터 "아버님, '여의 궤적' 전투가 너무 어려워요"라는 의견을 학교에서 직접 들은 적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처음 있는 일이었는데,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일어날 정도면 전체적으로도 그렇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늘의 궤적>은 시리즈 입문자용으로 만들고 싶었고, RPG를 처음 접하는 분들의 첫 게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기 때문에, 팀에는 시스템을 약간 더 단순하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 필드에서 자유 전투를 하다가 전통적인 턴방식 전투로 전환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최신작 시스템을 간략화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하늘의 궤적>은 에스텔과 요슈아의 여정을 그린 게임이고, 다른 시리즈와 달리 두 사람만으로 행동하는 시간이 매우 깁니다. 그런데 전투를 두 명으로만 하면 플레이어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에스텔과 요슈아 두 사람이기에 가능한 콤비 요소를 넣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동료가 합류하면서 전투의 폭이 넓어지는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등 <하늘의 궤적>만의 요소를 넣었으니, 그 부분도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전투시 파트너의 시너지를 통해 체인 혹은 추격타를 넣을 수 있다.
Q. 원작에서는 공략을 보지 않고 최고 랭크인 1급 정유격사를 달성하기가 매우 어려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데이터가 속편까지 연동되어서 더욱 신경 쓰였는데요, 이러한 시스템에 변화가 있나요?
A. 옛날에는 그런 불친절한 부분이 있었죠. '궤적' 시리즈도 20년간 이어지면서 유저 편의를 위해 시스템이 조금씩 친절하게 바뀌어 왔고, 그 기조는 이번 작품에도 확실히 계승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작은 퀘스트를 주는 캐릭터를 찾지 못할 때 지도를 열면 해당 캐릭터의 위치가 명확하게 표시됩니다.
또한, 유격사 랭크에 영향을 미치는 퀘스트의 경우 언제까지 클리어해야 하는지 타이밍이 명시되어 있는 등, 원작에 비해 훨씬 플레이하기 편해졌다고 느끼실 겁니다. 저 같은 구세대 사람은 직접 찾아다니는 게 좋았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폭넓은 유저층이 즐기기 위해서는 이런 편의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개발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퀘스트와는 별개로 '궤적' 시리즈는 마을 주민들의 대사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모든 NPC와 대화하며 그들의 동향이나 이야기를 알고 싶어 하는 플레이어들이 많습니다. 이를 위해 특정 NPC와 대화를 나누었는지 여부를 알려주는 심볼이 표시됩니다.
그래서 '이 캐릭터와는 아직 대화하지 않았구나'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처럼 '궤적' 시리즈만의 요소를 자연스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으니, 직접 체험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 다수의 유저 편의성이 추가되었다
Q. 조금 중복되는 내용일 수 있겠지만, 수많은 팬을 보유한 작품을 리메이크하면서 가장 신경 쓴 요소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가장 큰 폭으로 개선되거나 변화된 점이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A.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역시 캐릭터 비주얼을 원작에 비해 어디까지 개선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에스텔의 디자인을 현대적인 스타일로 확 바꾸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플레이어가 '에스텔 브라이트'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바로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을 너무 크게 바꾸면 위화감이 들 것 같았습니다. 또한, 20년 전의 낡은 느낌도 있지만, 그 시절 특유의 좋은 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 선명한 색감 같은 캐릭터의 인상을 최신 그래픽 기술로 재현하면, 그것대로 재미있는 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초반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점 중 하나입니다.
큰 폭으로 변화한 부분이라면, 첫 번째는 역시 이벤트 씬입니다. 원작에서는 탑뷰 시점에서 작은 도트 캐릭터들이 아기자기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표현했지만, 이번 작은 제대로 된 카메라 워크를 통해 대담하게 보여줍니다. 그러다 보니 원작의 작은 캐릭터에 의존했던 연출들을 그대로 쓸 수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의 침대에 에스텔이 연속으로 뛰어드는 장면이 있는데, 이걸 등신대가 높은 캐릭터로 그대로 표현하면 꽤 우스꽝스러운 그림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연출을 바꿔야만 했죠. 하지만 원작의 느낌은 살리고 싶었기에, '어떻게 할까' 고민하며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했습니다.
▲ 도트 화면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얼굴 표정들
세 번째 큰 변화는 3D가 되면서 필드가 넓어졌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이동하는 데 원작보다 시간이 더 걸리게 되었습니다. 원작은 작은 캐릭터가 고속으로 이동했지만, 이번 작은 리얼한 달리기 모션으로 광활한 필드를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에스텔과 요슈아, 단둘이 있는 시간이 매우 길기 때문에 자칫 지루해질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필드 탐색이 어느 정도 경쾌하게 느껴져야 했고,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둘이서 계속 다니는데 여러 대화가 오고 가겠지'라는 생각으로, 필드 이동 중에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액티브 보이스'를 대거 도입했습니다. 예를 들어, 에스텔이 처음 보는 것을 발견하고 놀라면, 요슈아가 맞장구를 치거나 딴지를 거는 등의 이벤트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 3D로 구현된 마을을 돌아다니는 것도 즐겁다.
Q. '루프'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이번 작품이 리메이크가 아니라 원작 <하늘의 궤적>의 패러렐 월드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매우 흥미로운 통찰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개발 도중에 시나리오 스태프들 사이에서도 '이거 다른 루트인가?'라는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어디까지나 <하늘의 궤적FC>의 리메이크이므로, 기본적으로는 동일한 세계선이라고 저는 해석하고 있습니다.
Q. 스위치 버전도 발매되는데, 그렇다면 PS4 버전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PS5로만 발매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스펙적으로 PS4가 불가능했던 것은 전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PS4의 판매량이 점차 PS5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이므로, 타이밍상 이번 '궤적'부터는 PS5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상황입니다.
Q. 리메이크를 통해 처음으로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이번 작품이 어떤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특히 신규 유저를 위한 어필 포인트가 있다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저 역시 '궤적' 시리즈에 흥미는 있지만 좀처럼 시작하지 못했던 분들을 위해 오랫동안 만들고 싶었던 타이틀이라, 시리즈 초심자분들을 많이 신경 쓰며 제작했습니다. 우선, 거대한 이야기의 가장 첫 번째 작품이므로,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이렇게나 크게 확장되는구나'하는 분위기를 먼저 느껴주셨으면 합니다.
게임 스토리뿐만 아니라 시스템에 대해서도 앞서 설명했듯이, 초심자도 즐길 수 있도록 시리즈 중에서도 단순하게 만들었지만, 너무 단순해지지 않고 깊이를 느낄 수 있도록 목표를 잡았습니다.

튜토리얼을 포함해, '이 정도는 알겠지'라며 안일하게 생각하던 '궤적' 시리즈 스태프들의 익숙함을 경계하며 저 자신부터 다시 점검했습니다. 이야기뿐만 아니라 게임으로서의 진입 장벽도 매우 낮게 만들었으니, 그런 점들을 꼭 주목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에스텔이라는 주인공은 '궤적'을 처음 플레이하는 분들에게 정말 안성맞춤인 주인공입니다. 그녀는 매우 솔직해서 플레이어에게 무언가를 숨기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보고 놀라면 놀라고, 슬프면 슬퍼하고, 화가 나면 정말 직설적으로 화를 냅니다. 처음 보는 것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해주죠.
요슈아와 함께 리벨 왕국을 여행하게 되는데, 플레이어와 에스텔의 일체감이 대단합니다. 에스텔의 감동이 그대로 플레이어의 감동이 되고, 에스텔의 슬픔이 플레이어의 슬픔이 되는 극적인 전개가 펼쳐집니다.
최근에는 복잡한 환경을 가진 주인공이 늘어서 처음부터 플레이어에게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거나, 모든 것을 안다는 듯이 혼잣말을 하는 캐릭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에스텔은 정말 '플레이어 = 에스텔'이라고 할 수 있는 주인공입니다. 그녀가 여행을 통해 여러 경험을 쌓아가는 체험을 RPG로서 플레이어와 온전히 공유하게 해주는 주인공이라는 점이 '하늘의 궤적'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개발과정의 도전과 해결책
Q. 20년 전 작품을 리메이크하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혹시 데이터가 유실되었다거나, 개발 과정에서 겪었던 곤란한 점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A. <하늘의 궤적> 시절부터는 데이터를 확실히 백업해둬서 데이터 소실 같은 문제는 특별히 없었습니다. 더 예전 게임, 예를 들어 <태양의 신전> 같은 작품의 소스라면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요. 오히려 힘들었던 것은 20년 전의 개발 체제를 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각 부서에 상당한 재량권이 있어서 '이거 좋다' 싶으면 일단 다 만들고 봤습니다. 예를 들어, 팔콤 사내에서 '스토퍼'라고 불리는 시스템이 있는데, 메인 스토리와 관계없는 방향으로 가면 "여기가 아니야"라고 알려주는 대화가 시작되는 기능입니다. 그런데 그 '스토퍼' 대사를 전투 파티 멤버가 누구냐에 따라 전부 다르게 패턴을 만들어 둔 겁니다.
▲ 다채로은 팀 공격과 카메라 연출을 통한 전투도 리메이크의 특징.
그런 건 개발도 힘들고, 실제로 보는 플레이어도 절반이 될까 말까 한데, 그 시절에는 거기에 전력을 쏟아부었죠. 이번 리메이크에서는 그런 부분들을 가능한 한 재현했습니다. 그런 옛 시절의 재량권에서 나온 서비스 정신 같은 것을 지금의 게임에 녹여내는 것이 조금 힘들었습니다.
데이터 백업은 남아있었지만, 작업 관련 자료가 전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시나리오에 이런 캐릭터가 있다는 기록을 하나하나 남기지 않았습니다. 제가 롤렌드 시에 들어갔을 때 입구에 사람이 좀 적다 싶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텍스트를 작성해서 스크립트로 넣어버리는 식이었죠.
'여기에 이런 캐릭터를 추가했다'는 이력을 전혀 남기지 않고, 각자 스탠드 플레이로 작업했기 때문에, 지금의 스태프들이 그것들을 하나하나 다시 찾아내서 구현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고 합니다.
Q. 발매 전부터 속편 이야기를 해서 죄송하지만, 이번에 'the 1st'가 발매되면 팬들은 당연히 2nd와 3rd의 리메이크의 등장도 기대할 것 같습니다. 혹시 후속작 리메이크에 관한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당연히 'the 1st'는 FC의 풀 리메이크이므로, 그 뒷이야기가 있을 것이라 예상하실 겁니다. 저 역시 당연히 내지 않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SC 리메이크에 대해서는 제대로 출시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the 3rd에 대해서는 스토리가 완결된 후의 이야기라 조금 다른 형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우선 SC 풀 리메이크를 제대로 해내고, 거기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그 다음도 생각하고 싶습니다. FC는 과거 PC로 처음 출시했을 때 좀 특이한 방식으로 끝났었잖아요.
그 후로 몇 년이나 기다리게 해서 많은 분들께 기대를 받음과 동시에 '작작 좀 하고 빨리 내라'는 의견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가능한 한 애태우지 않고 빨리 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게임 플레이의 속도 조절과 용어 해설도 초심자를 위해서 준비되었다.
Q. 처음 마을에 들어갔을 때 NPC들이 정말 아름답게 그려져 있어서 놀랐습니다. 도트 시절에는 그냥 '마을 아줌마' 정도로 생각했던 캐릭터들도 매우 예쁘게 표현되었는데, 앞으로도 이렇게 NPC들을 아름답게 그려나갈 것이라고 기대해도 될까요?
A. 네, 기본적으로는 그렇게 될 겁니다. 옛날에는 세세한 부분을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같은 도트 캐릭터를 보고도 사람마다 여러 가지 상상을 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세밀하게 묘사했고, 특히 NPC의 경우 옛날 게임들은 마을에 가면 똑같이 생긴 아줌마가 여러 명 걸어 다니곤 했잖아요.
현대적인 표현에서는 똑같은 사람이 여러 명 있으면 이상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다양한 패턴을 늘리고 그 안에서 장신구를 달아주거나 얼굴에 차이를 두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런 부분들도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 개성적이고 다양한 캐릭터들의 등장
# 향후 계획과 팬들에 대한 메시지
Q. 본편과 직접적인 질문은 아니라 죄송합니다만, 2004년 원작이 발매될 당시에는 FC 같은 부제도 없었고 '가카브 트릴로지'에 이은 신작이었기 때문에 속편 계획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말이 더 충격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만약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면 속편이 발매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그런 대담한 각본을 구상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원래 저희는 <하늘의 궤적> FC와 SC를 하나의 게임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개발을 시작하고 3년이 지났을 때, 당시 사장님이셨던 카토 회장님께서 "지금 몇 퍼센트나 만들었나?"라고 물으셨습니다. 3년이나 지났는데 절반 정도밖에 못 만든 상태였습니다. "50퍼센트밖에 못 만들었습니다"라고 보고했더니, "음, 그럼 그냥 출시해"라고 하시더군요.
사장님이 말씀하시니 저희로서는 내지 않을 수가 없었죠. 당연히 저희는 속편을 만들고 싶었지만, 회사 측에서는 "당연히 안 팔리면 속편 제작은 허락해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언제까지 출시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니, 어디서 끊을지 정해야만 했습니다. 이야기가 딱 끊어지는 좋은 지점이 바로 그 FC의 엔딩 부분이었습니다.
속편을 낼 수 있느냐 없느냐는 회사의 판단에 달린 문제라 저희도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었고, '팔리면 아마 내게 해주겠지, 안 팔리면 여기서 끝이겠구나'하는 서글픈 마음으로, "유저들이 화를 내도 그건 사장님 탓이겠지"라며 복잡한 심정으로 출시했던 상황입니다.
많은 팬분들이 저희 타이틀들이 전편, 후편으로 나뉘는 경우가 많아 치밀하게 계획했을 것이라고 결과만 보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꽤 즉흥적(行き当たりばったり)입니다. 예를 들어, '이스 1, 2'가 나뉜 것도 완전히 똑같은 이유입니다.

중간에 이야기가 끝나버리잖아요. <하늘의 궤적> 때도 카토 회장님께 "<이스>도 똑같이 했는데, 할 수 있잖아"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정말로, 달리면서 생각하는 편입니다. 회사가 안 될 경우를 대비하는가 하면... 생각하지 않습니다. 생각 안 하고 전력으로 부딪힙니다. 그리고 다행히 아직까지 결과가 나빴던 적은 없었습니다.
<하늘의 궤적>도 그랬고, <이스>도 그랬습니다. 오히려 궁지에 몰리기 때문에 더 제대로 해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섬의 궤적> 때 엔딩이 2개였던 것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사실 엔딩곡으로 받은 곡이 스태프들이 생각했던 라스트 씬과 전혀 맞지 않아서, "그럼 이 곡에 맞춰서 가짜 엔딩을 하나 만들고 진짜 엔딩을 뒤에 붙이자"고 해서 엔딩곡이 2개가 된 겁니다.
즉, 치밀한 계획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 대해 모두가 전력으로 고민하고, 결과적으로는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 팔콤의 재미있는 점이고, 그런 고난이 있기에 더 열심히 하게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이스 오리진>이라는 타이틀이 있었죠. 그건 회사로부터 '매출을 올려야 하니 1년 안에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고 만든 게임입니다. 그때 한국 회사와 <이스 온라인>이라는 게임을 병행해서 만들고 있었는데, 그 회사가 운영을 못하게 되면서 당시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였던 타루 씨가 그린 캐릭터 일러스트가 전부 쓸모없게 되어버렸습니다.
'1년 안에 만들라'는 지시와 '타루 씨의 캐릭터'라는 두 가지 조건이 있었죠. 1년 안에 <이스>를 만들려면 마을을 만들 수 없으니, 회사에 "마을은 안 만듭니다. 던전만으로 갑니다. 아돌도 안 나옵니다"라는 조건을 걸고, '이스 온라인'용으로 만들어졌던 캐릭터 디자인을 전부 활용했습니다.
유니카는 원래 '모험가(여)'라는 이름의 캐릭터였습니다. 이처럼 게임 제작은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대충 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타이틀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니, 그런 점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발매를 앞두고 한국 팬 여러분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하늘의 궤적 The 1st>는 정말로 원작 스태프와 <하늘의 궤적>을 좋아해서 입사한 젊은 스태프들이 하나가 되어 만든 타이틀입니다. 인터뷰에서도 답변했듯이, 젊은 스태프들은 팬 여러분과 매우 가까운 시점에서 '리메이크가 이렇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만들었고, 반대로 원작 스태프들도 제대로 참여해서, 예를 들어 원작에서 롤렌드 시를 만들었던 스태프가 이번 리메이크에서도 똑같이 롤렌트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했던 작업을 3D로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하는 등, 정말 오랜만에 모든 스태프가 웃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었던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마지막엔 죽을상이 되어서 골인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정말로 스태프들의 '궤적'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타이틀이 되었습니다.
이 마음이 기존 팬 여러분과 새로운 팬 여러분께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25년 9월 19일에 발매되니,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