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수많은 게이머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명작 RPG <영웅전설: 하늘의 궤적FC>가 드디어 완전 리메이크로 돌아온다. 일본 팔콤은 이번 리메이크가 단순한 그래픽 업그레이드가 아닌, 원작의 감성과 세계관을 현대 기술로 재탄생시키는 대규모 프로젝트임을 선언했다.
발표 현장에는 제작진과 성우들이 총출동해 개발 비화, 연기 에피소드, 그리고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전하며, 다시 한 번 ‘JRPG의 여행’을 함께하자는 초대장을 건넸다.
▲ 왼쪽부터 팔콤의 콘도 대표 에스텔역의 성우 타카야나기 토모요, 요슈아 역의 후지와라 나츠미
[체험기] 하늘의 궤적 the 1st, 20년의 세월을 넘어선 귀환
[종합] 하늘의 궤적 1st 발표회, 팔콤의 콘도 대표와 성우들의 좌담회
[인터뷰] 팔콤 콘도 토시히로 대표
#20년의 귀환, 전 세계 동시 발매 발표
2025년 8월 5일 열린 본 행사에서 제작사는 고전 명작 <영웅전설 6, 하늘의 궤적 FC>(空の軌跡, The Legend of Heroes: Sora no Kiseki)의 완전 리메이크인 <하늘의 궤적 the 1st>를 공식 발표했다.
발표자는 일본 팔콤(日本ファルコム)의 대표이사인 콘도 토시히로(近藤季洋)로, 이번 리메이크가 2025년 9월 19일 전 세계 동시 발매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행사장에는 주인공들의 목소리를 연기한 성우들도 참석해 제작 비화와 현장 에피소드를 전했다.
▲ 현장은 콘도 대표와 주인공 역을 맡은 성우들의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됐다.
콘도 대표는 이 타이틀이 회사와 팬 커뮤니티 모두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작품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원작이 만들어진 시기는 제작진에게도 ‘젊은 시절’에 해당하며, 이번 작업은 단순한 그래픽 개선을 넘어 ‘원작의 정서와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진 질의응답과 출연진 소개를 통해 개발진의 철학과 현장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참석 성우로는 주인공인 에스텔, 요슈아 역을 담당한 성우들이 소개되었고, 이들은 리메이크 작업에 임한 소회와 캐릭터 해석, 녹음 비하인드 등을 활발히 공유했다. 행사는 영상 시연, 캐스팅 배경 설명, 녹음 에피소드 공개, 그리고 후속 시리즈에 대한 제작진의 의지 표명으로 구성되었다.
▲ 질문에 대한 답을 각각 이야기 하는 방식
#2D에서 3D로, 감성은 그대로
가장 눈에 띈 변화는 그래픽과 영상 표현의 완전한 재구성이다. 발표 영상과 비교 화면에서는 원작(약 20년 전)의 화면과 새로 제작된 3D 그래픽을 나란히 보여주며 ‘완전한 풀 리메이크’임을 강조했다. 단순히 해상도만 높인 리마스터가 아니라, 장면 하나하나를 3D 모델과 환경으로 재구성해 당시 기술력의 한계를 넘어선 디테일을 살렸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었다.
다만 제작진은 “그래픽을 바꾼다고 해서 원작의 정서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그래서 전투 시스템, 필드 탐색, 연출 같은 게임 플레이 요소에 최신 기술을 적용해 개선하되, 원작을 기억하는 유저들이 ‘이 장면이 어떻게 부활했는가’를 음미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췄다고 한다. 즉, 새로움과 향수의 공존을 목표로 한 리메이크다.
이 과정에서 젊은 개발자들과 베테랑 제작진이 협업한 점도 강조됐다. 원작을 직접 만든 스태프와, 원작을 플레이하고 팔콤에 입사한 현재의 팀원들이 합류했기에 '원작의 DNA'와 '신세대의 표현 방식'이 자연스럽게 섞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부 조합은 최종 비주얼과 색채 선택, 그리고 전반적인 연출의 톤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 20년 전 팔콤에 입사해서 <하늘의 궤적>을 만들고 이제 대표가 되어 리메이크까지...
#세계관과 무대 구성: 리벨 왕국, 5개 도시가 빚는 서사
행사에서는 게임의 무대가 되는 리벨(リベール) 왕국과 그 지형·도시 배치에 관한 상세한 설명이 공개되었다. 발표에 따르면 리벨 왕국은 중앙에 호수를 둔 산악 지형을 기본으로 하며, 플레이어는 이 작은 국가의 여러 지역을 여행하게 된다. 주요 도시로는 상업이 발달한 '보스', 항구 도시 '루안(ルーアン)', 여왕이 거주하는 '그란셀(グランセル)' 등이 존재하며, 각각의 도시가 고유한 정체성과 역할을 지닌다.

특히 이 세계관 연출에서 핵심으로 언급된 것은 ‘오브먼트(Orbment)’라는 기술 시스템이다. 오브먼트는 전기·조명·난방 같은 생활 기반을 제공하는 장치로서, 게임 내에서는 마법과 기술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개발진은 이런 설정이 단순한 배경을 넘어 게임 플레이, 퍼즐, 퀘스트의 흥미로운 요소로 작용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지도와 마을 디자인은 초기 콘셉트부터 수작업으로 진행되었고, 콘도 대표는 자신의 손으로 그렸던 원래의 지도가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만큼 ‘장소성(Place-ness)’을 중요시했다는 발언은, 플레이어가 ‘살아 움직이는 세계를 여행한다’는 감각을 얻도록 만들겠다는 기획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다. 이러한 세계 설계는 리메이크의 감성적 핵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인공 해석과 캐스팅: 에스텔·요슈아의 재탄생
발표와 성우들의 발언을 통해 에스텔과 요슈아, 두 주인공의 성격과 역할이 재확인되었다. 에스텔은 “활발하고 솔직하며, 감정 표현이 풍부한 소녀”로 묘사되었으며, 요슈아는 “쿨하고 과묵하지만 내면에 그림자를 지닌 소년”으로 소개되었다. 두 인물의 상호작용, 즉 보케와 츳코미(ボケとツッコミ) 형식의 유머러스한 호흡이 이야기의 핵심 매력이라는 점이 반복해서 언급됐다.
▲ <하늘의 궤적>의 주인공 에스텔과 요슈아는 리메이크에서 이모습 그대로 등장.
캐스팅 과정에서 흥미로운 점은 요슈아 역할에 여성 성우를 기용하려는 내부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제작진은 남성 성우도 후보에 올렸으나, ‘소년기에서 청년기로 넘어가는 감성’을 표현할 연기력을 지닌 여성 성우를 기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캐릭터의 ‘미묘한 중성성’을 전달하려는 연출적 판단으로 읽힌다. 최종 캐스팅은 샘플 보이스와 특정 장면(클라이맥스 시퀀스)의 연기를 통해 결정되었다고 전했다.
성우들 역시 원작을 향한 팬심과 존중을 강조했다. 에스텔 역을 맡은 성우는 원작 캐릭터가 지닌 에너지와 순수함을 해치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표현을 덧입히려 노력했다고 말했고, 요슈아 역 성우는 캐릭터의 어둠과 성장 가능성을 섬세하게 그려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녹음 과정 전반에서 제작진과 성우 사이의 신뢰와 조율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었다.

#개별 녹음 문화와 즉흥의 힘
행사에서는 게임 녹음의 전형적인 작업 방식도 상세히 다뤄졌다. 일반적으로 게임 녹음은 ‘개별 녹음(別撮り)’, 즉 성우 한 명씩 따로 녹음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완성된 영상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기 일쑤다. 이 때문에 성우들의 상상력과 연기 유연성이 매우 중요한데, 이날 참석자들은 각자 준비해온 연기가 편집 후 합쳐지며 ‘화학작용’이 일어나는 순간을 회상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보스 마켓의 콧노래(鼻歌)’ 사례다. 본래 사운드팀이 만든 악보를 전달받을 예정이었으나, 이것이 누락된 상황에서 에스텔 역 성우가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그런데 이 즉흥 멜로디가 최종 작곡본과 놀랄 만큼 유사해 제작진이 감탄했다는 일화다. 이를 통해 ‘성우의 감각’이 곧 콘텐츠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는 순간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대사량이 많은 캐릭터는 녹음을 먼저 진행하는 경우가 많으며, 완성된 오디오를 나중에 합치면서 ‘두 캐릭터가 만났을 때 생기는 감정선’이 새롭게 드러난다는 점도 강조되었다. 제작진은 그림(영상) 없이 소리만으로 완성된 연기를 듣고 영상과 결합했을 때의 감동을 특별히 언급하며, 녹음 스태프와 성우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연기 철학과 리메이크의 책임감 - ‘존중’과 ‘새로움’의 균형
리메이크 작품에서 기존 팬의 기대를 만족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참석한 성우들은 ‘기존 캐릭터 이미지에 대한 존중’을 가장 먼저 생각했다고 밝혔다. 기존 시리즈를 오랫동안 사랑해온 팬들의 감정을 존중하면서도, 새 버전에서 보여줄 수 있는 표현은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제작진의 의도와 성우들의 연기 철학이 맞닿아 있었다.
특히 성우들은 초기 녹음 전, 시리즈의 역사나 캐릭터 배경 같은 많은 자료를 스스로 공부했고, 녹음 현장에서는 제작진의 방향성(‘이번 작품에서 추구하는 에스텔의 모습’)을 수용해 새로운 연기 톤을 만드는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같은 목소리를 재현’하는 작업이 아니라, 캐릭터의 복합적인 면모를 재해석하는 노동이었다.
제작진 역시 “리메이크이기에 팬들의 목소리를 반드시 반영하려 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동시에 ‘향상된 퀄리티로 기대를 초과해야 한다’는 내부 목표도 분명히 밝히며, 이는 후속작이나 시리즈 연계에도 일관된 기준으로 작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팬심에 대한 존중과 제작진의 야심이 공존하는 태도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숙제’
콘도 대표는 본작이 시리즈 팬들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라고 회고했다. 원작을 만든 세대와 그 영향을 받고 입사한 신세대가 합류해 만든 이번 팀은, ‘원작을 초월하는 경험’을 만들고자 하는 강한 동기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후반부의 대규모 연출에서는 팬들을 놀라게 할 방법을 계속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즉, 이번 첫 작품에서 보여줄 퀄리티가 후속작의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은 ‘추억의 미화’를 경계했다. 원작에 대한 팬들의 기억은 종종 이상화되기 때문에, 개발진은 그 기대를 상회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에게 과제를 부여했다고 한다. 이는 기술적 업그레이드뿐 아니라 서사적·감정적 설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기준이다. 결국 제작진의 목표는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현재의 플레이어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성우들과 제작진은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영상과 음악, 연기가 결합한 완성판을 꼭 직접 경험해 달라”고 호소하며 기대를 당부했다. 출시일이 가까워지는 만큼 남은 작업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도 함께 전했다.

#‘여행’으로서의 RPG를 다시 불러오다
이번 발표회는 단순한 ‘옛 타이틀의 복각’이 아니라, 20년간 쌓인 기억을 현재의 기술과 감수성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발표 전반에서 반복된 키워드는 ‘여행’과 ‘사람’이었다.
에스텔과 요슈아의 여정, 리벨 왕국의 풍경, 그리고 그 안에서 만나는 수많은 인물들이 플레이어 경험의 중심에 놓여 있음을 제작진은 강조했다. 이는 고전 JRPG가 본래 수행하던 역할을 현대적으로 되살리겠다는 선언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발표 내용 전반을 통해 드러난 것은 개발진·성우·사운드팀 모두가 ‘이 작품을 정말 사랑한다’는 점이다.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마켓의 콧노래 에피소드나, 여러 차례의 녹음을 거쳐 합쳐진 두 주인공의 음성에서 느껴지는 감정선 등은 결국 ‘사람의 손길’이 만든 콘텐츠가 주는 감동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팬과 신규 유저 모두에게 ‘같이 여행하자’고 건네는 초대장 같은 리메이크가 되기를 기대한다.

# [포토] 하늘의궤적 the 1st의 스폐셜 굿즈들
▲궤적 시리즈의 주요 캐릭터들의 피규어
▲곧 발매될 리메이크 버전인 <하늘의 궤적 the 1st> 패키지
▲팔콤의 타이틀에 OST는 필수!
▲ 궤적 시리즈 20주년 기념 접시 세트도 등장
▲20주년 기념 손목시계 한정판인 CROW ARMRUST.
▲ 톨즈 사관학원 졸업 기념품으로 개발된 린의 오리지널 손목시
▲ 고속 순양함 '아르세유' 크로노그래프를 묘사한 손목시계
▲리벨 왕국 여왕 알리시아 2세의 60주년 기념 손목시계
▲<하늘의 궤적> 20주년 기념 브레이서 크로프. 게임에 나오는 오브먼트를 1940년대 유행한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재현.
▲<하늘의 궤적> 20주년 기념 우로보로스 크로노 그래프. 흑의 오브먼트를 형상화한 디자인.
▲ 이 손목시계들은 한정판으로 2,000개 씩만 생산되었다.
▲ 행사중 간식으로 제공된 간식에도 이렇게 캐릭터를...
▲ 핑거푸드로 제공된 케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