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만 들어도 귀가 솔깃하는 게임들이 있다. 이 더운 여름에 딱 어울리는 미스터리 공포 장르, 출연작만 들어도 모두가 알 만한 명품 배우들이 잔뜩 출연한 실사 FMV(풀 모션 비디오) 스타일의 게임, 거기에 <팰월드>로 익숙한 포켓페어가 퍼블리싱 사업에 진출하며 처음 선보이는 퍼블리싱 타이틀이라는 배경까지. <데드 테이크>는 화제작이 될 만한 요소를 정말 많이 갖춘 게임이다.
거기에 정가 16,800원(대신 플레이타임이 3~5시간으로 짧은 편)이라 부담도 적고, 한국어 자막 지원도 한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구매를 망설일 이유가 없는 거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런 매력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추천하긴 어려운 게임이라 느껴졌다.
7월 31일에 출시된 <데드 테이크>는 스팀 리뷰 272개 중 88%로부터 긍정 평가를 받은 ‘매우 긍정적’ 평가를 기록하고 있고, 메타크리틱에선 77점의 평균 점수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지표만 보면 “나쁘지 않은 게임” 정도의 평가는 받은 것 같지만, 개인적으론 여러 측면에서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배우들의 열연과 일부 돋보이는 아이디어를 제외하고 나면, ‘공포게임’으로서의 완성도는 많이 빈약하다 느껴졌다. 게임은 종합 예술인 동시에 ‘대중 예술’이다. 대중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전달력”인데, 이 지점에서 왜 엄지를 들어줄 수 없었는지 소개해드리려 한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을 한 번쯤 해보시라 추천하고 싶은 분들도 있으니, 리뷰를 끝까지 정독해주시면 좋겠다.
# 정말 미쳐버린 캐스팅 라인업
실사 영상 연기를 적극 활용하는 만큼 <데드 테이크>는 굉장히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다. 이들을 한 곳에 모으는 데 비용을 얼마나 투자했을지 가늠이 잘 안 될 정도다. 다른 특징보다 이 캐스팅 라인업을 먼저 보는 게 게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정도다. 이들의 대표작을 모두 나열하기엔 공간이 부족하기에 상징적인 배역 두 개씩만 추려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닐 뉴본/ 본작의 주인공 체이스 라우리 / <발더스 게이트 3> 아스타리온/ <바이오하자드 빌리지> 칼 하이젠베르크

벤 스타/ 본작의 비니 먼로 /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 베르소/ <파이널 판타지 16> 클라이브 로즈필드

샘 레이크/ 본작의 프랭크 가르도/ <맥스 페인> 시리즈 작가(맥스 페인의 얼굴이기도 함), <앨런 웨이크> 시리즈 작가 및 디렉터

제인 페리/ 본작의 리아 케인/ <히트맨> 시리즈 다이내나 번우드/ <리터널> 셀린

로라 베일리 / 본작의 자라 굿/ <더 라스트 오브 어스 2> 애비/
제이나 프라우드무어

매튜 머서 / 본작의 필름 맨 / <오버워치> 캐서디/ <젤다 왕눈> 가논돌프

트래비스 윌링엄 / 본작의 해리 듀프렌/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 로이 머스탱(영어)/ 소니 게임 <마블 스파이더맨> 킹핀
상기 배역들 외에도 여러 인물이 작중에 등장한다. 그러나 이렇게 유명한 배우들을 대거 등장시켰음에도 <데드 테이크>는 내러티브 전달에서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 참신한 영상 교차 시스템 하지만 나머진 모두 중구난방
<데드 테이크>는 작중 세계관에서 유명한 감독 ‘듀크 케인’이 차기작을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배우들이 오디션에 지원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체이스 라우리’를 포함해 여러 배우들은 배역을 따내기 위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내비친다. 그러나 동료이자 라이벌인 ‘비니 먼로’를 포함한 여러 지원자들은 오디션 지원 이후 연락두절 상태가 된다.
주인공 ‘체이스 라우리’는 그래서 자신도 배역을 따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은 채, 친구의 행방을 찾는 것을 겸해 ‘비니 먼로’가 마지막으로 갔던 곳이자 전날까지 파티가 열렸던 저택에 찾아가게 된다. 플레이어는 이제 이 저택에서 벌어진 일들의 이면에 있던 진실과 숨겨진 미스터리의 전말에 서서히 다가가게 된다.
▲ 저택 안팎에서 벌어진 여러 일들의 진상을 파악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 자극적인 이야기들도 많이 등장한다.
흥미로운 설정이지만 게임은 꽤 치명적인 문제를 많이 안고 있다. 배역을 굳이 먼저 소개한 것도 같은 이유지만, 플레이타임에 비해 작중엔 꽤 많은 인물이 나온다. 그러나 인물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 매우 파편화되어 있고, 미스터리 호러라는 장르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정보를 제한적으로 주는 부분도 많아서, 누가 누군지, 왜 저러한 위기에 처해 고민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실사 영상을 적극 활용하는 구간을 제외하면, 각종 메모와 서류, 음성 로그, 문자 메시지 등 매우 고전적이고 파편화된 방식을 통해 인물과 상황 정보를 전달한다. 게임에 등장하는 몇몇 퍼즐의 정답을 찾을 때도 이 불친절하게 파편화된 정보들이 활용되기 때문에, 메모까지 해가며 플레이해야 하는데, 이런 메모나 메시지가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는 게 문제다.
결국 플레이어 입장에선 정보가 한눈에 들어오는 시점이 되기 전까진, 이들의 이야기를 한 발짝 떨어진 채로 볼 수밖에 없다. 서사가 주인공 ‘체이스 라우이’ 한 명을 중심으로 전개되지 않고, 모든 인물의 입장을 따로 대변하는 것도 이입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이 문제는 <데드 테이크>가 게임 시스템적으로 ‘실사 영상’을 활용하는 방식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 음성 로그나 문자 메시지
▲ 각종 메모를 많이 활용하는데 이게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이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목적은 두 가지로 귀결된다. 퍼즐과 미스터리를 해결하며 저택에서 탈출하기. 그리고 지하에 숨겨진 영사실에 USB에 담긴 영상들을 옮기며 이면에서 숨겨진 진실을 찾기. USB는 저택 곳곳에 숨겨져 있다. 등장인물들의 오디션 지원 영상, 캐스팅 이후 현장에서 촬영을 하며 남겨진 B롤 등이 영상에 포함되어 있어 영상이 하나씩 모일 때마다 천천히 이해도가 높아진다.
이 파편화된 영상을, 게임이 시스템적으로 비트는 방식은 꽤 흥미롭긴 했다. 게임에는 ‘스플라이스’라는 이름의 영상 두 개를 합성하는 기술이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전에 없던 영상이 등장하게 된다.
가령, A가 B와 대화를 나눈 영상 1과 C가 D와 대화를 나눈 영상 2를 편집해, 같은 대사로 A와 C가 대화를 주고 받는 것처럼 완성되는 영상도 있다. 또 어떤 경우엔, 합성하기 전의 영상엔 전혀 없던 새로운 맥락과 대화, 구도, 인물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 시점부터 게임이 조금나마 흥미를 더해가기 시작한다.
▲ 지하의 영사실의 장비들을 고치고 나면 USB에 담긴 영상들을 보게 되는데
▲ 이 영상들을 합성하는 기믹이 등장한다.
▲ 획득하는 영상에 못지 않게 합성해서 보게 되는 영상도 많다.
# “그들은 우릴 이해할 수 없어요”
<데드 테이크> 개발진이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는 알 것도 같다. 감독의 가스라이팅 속에 배우들이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평소라면 하지 않을 기행을 저지르거나, 진짜 감정을 꺼낸다는 명목하에 트라우마로 남은 사건들을 억지로 다시 마주하거나 재현하는 과정도 겪는다. 저택 곳곳엔 그러한 ‘폭력적’ 연출 과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동시에 배우들은 ‘배역’을 따내기 위해서 서로에게 질투를 하기도 하고, 작중의 감독과 제작진도 그런 갈등을 일부러 부추기는 모습도 나온다.
개인적으로 이 주제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를 풀어내는 방식이 너무나도 아쉽다. 일단, 이들이 배역을 따내기 위해 지원했다는 그 ‘작품’과 ‘오디션’ 대사들이 매우 고전적이다. “장미 일곱 송이, 두 개의 와인잔, 당신만 있다면…” 따위의 것들이다. ‘듀크 케인’이 뛰어난 감독이라는 전제 자체가 일단 크게 공감되지 않는 셈이다.
오디션 영상 특성상 (영상끼리 합성하기 전에는) 카메라 앞에서 혼자 연기하는 독백이 대다수고, 대사도 연극 대사 같은 모호한 비유가 대부분이라, 과잉된 감정들이 허공에 흩뿌려지다 끝나는 때가 많다. 영상 합성을 통해 새로운 면모가 드러날 때는 그나마 흥미가 생기지만, 이 과정에서도 플레이어 입장에선 “그 배역 안 따면 뭐 그리 큰일이 난다고”하는 시큰둥한 감정이 생긴다. 배경이 되는 인물들의 앞선 맥락이 작중에 잘 녹아들지 못한 탓이다.
▲ 배우들의 연기력을 대본이 못 받쳐주는 느낌이다.
그런 와중에 주인공 ‘체이스 라우리’는 작품 후반부에서, 배우들과 감독이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고통을 겪는지 이 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말을 하며, 자신이 꼭 ‘윌리’ 역을 따내야만 한다고 어필을 한다. 철저히 본인의 직업 세계 안에서만 시선이 머무르는 대사다.
<데드 테이크>가 내러티브에 대한 설득력이 강한 작품이었다면 ‘체이스 라우리’라는 인물을 보여주는 대사로 받아들여졌겠지만, 내러티브 전달을 잘 하지 못한 작품에서 이런 대사가 나오니 이해해주지 못하는 타인(플레이어)을 탓하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 "아무도 모르니까! XX 아무도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르니까!"
# 공포게임으로는 추천할 만한가?
이 지점도 다소 애매하다. 점프스케어(깜짝 놀래키는) 요소가 일부 있는 것까진 나쁘지 않은 편이었지만, 동선과 템포가 치명적 문제였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USB를 획득하고 영상을 입력, 시청, 합성할 때마다 지하의 영사실을 자주 오가게 되는데, 이 동선이 짧지 않아 템포가 다소 늘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나마 후반부로 갈수록 지름길도 생기고 건물 안팎의 지형 파악이 모두 되니 덜한 편이지만, 개인적으론 지금의 게임 볼륨을 생각하면 이보다 조금 더 컴팩트한 공간에서 이야기가 전개됐어도 좋지 않았나 싶다.
일부 퍼즐 요소가 직관적이지 않아 시간이 되는 점,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엔딩을 볼 때까지 5~6번 이상의 치명적 에러가 발생하면서 게임이 꺼진 점도 문제였다. 자동저장을 나름 촘촘하게 지원하지만 버그로 인해 게임이 꺼질 때마다 의욕도 함께 떨어지곤 했다.
▲ 그나마 괜찮았던 피아노 퍼즐과
▲ 석상 퍼즐을 제외하면 나머지 퍼즐들은 다 불친절한 편에 속했다.
▲ 공포게임다운 분위기와 긴장감 자체는 있으나 플레이 템포가 약점이었다.
그래도 게임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특정 아이템이나 퍼즐 요소 등을 통해 같은 장소를 다르게 바라보게 해주는 기법들이나, 영상 합성을 통해 새로운 전개가 펼쳐지는 방식, 환각을 통해 예상하던 전개에서 시각적 변주를 준 부분 등은 꽤 인상적이었다. 그런 빛나는 지점들이 있어 더 안타깝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보면 분명 졸작(拙作)이 아닌데, 내러티브와 게임 디자인 측면에서 사공이 많아 산으로 간 느낌이다.
만약 당신이 <데드 테이크>에 출연한 배우들의 팬이거나 실사 영상을 활용하는 FMV 장르의 게임에서 조금 색다른 시도를 한 작품을 찾는다면, 그리고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볼륨의 공포게임을 찾고 있다면 이 작품을 한 번쯤 플레이해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칭찬을 하며 추천하기엔 다소 아쉬운 작품이지만, 관심이 있고 기호에만 맞다면 경험해보는 것을 말릴 정도까진 아니기 때문이다.

- 어떻게 이 배우들이 한 작품에 다 모였을까
- 시도 자체는 박수를 쳐줄 만하다
- 내러티브가 불친절해 의미를 전달하는 데도 실패했다
- 아쉬운 템포, 분량에 비해 잦은 치명적 버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