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명말: 공허의 깃털>(이하 명말)은 어떤 게임일까?
이탈리아의 505 게임즈가 유통하고, 중국 쓰촨성 청두시에 소재한 개발사 Leenzee에서 개한 3인칭 소울라이크 액션 RPG <명말>이 2025년 7월 24일 출시된다. 최근 중국과 한국의 게임사가 콘솔 게임 개발에 도전하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가운데, 많은 게임이 '소울라이크' 장르로 개발되고 있다. <명말> 역시 디렉터가 인정한 소울라이크의 장르 게임이다.
모든 게임에 적용되는 말이긴 하지만, 소울라이크는 차별화가 상당히 중요한 장르다. "우리도 소울라이크!"를 외치며 시장에 나와 좋은 평가를 받은 게임이 상당히 많기에 선행 게임과 거의 똑같되 외형만 다른 수준이라면 그 게임을 플레이할 동기가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과연 <명말>은 어떤 부분에서 차별화를 꾀했고, 자신만의 메리트를 가진 게임일까? 엔딩까지 20시간을 플레이하고 리뷰를 남겨 본다.

<명말>의 알파이자 오메가, 패턴 파훼
정의의 모호함으로 인해 일부 게이머에겐 이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라는 장르를 대체하는 용어로까지 나아가고 있는 ‘소울라이크’ 장르의 틀은 이제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을 만큼 누구나 알고, 공식이 거의 확립되어 있다.
하나의 경로로 길게 이어진 맵이 각각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중간마다 일종의 ‘체크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화톳불’(세이브 포인트)가 있다. 한 구역의 마지막에는 보통 보스가 등장하며, 상당히 강력하다. 그 외에도 난이도 설정이 없는 하드코어한 구성, 몰락한 세계관을 표현한 을씨년스러운 모습, 공격과 회피에 들어가는 스태미나 제한, 사망 혹은 세이브 포인트에서 사용 갯수를 회복할 수 있는 회복약, 텍스트를 꼼꼼히 읽으며 유추해야 하는 스토리와 진행 팁,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맵 속에서의 탐험과 보상을 소울라이크 장르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프롬 소프트웨어의 <다크 소울> 시리즈의 대흥행 이후 여기에 영감을 받은 게임이 우후죽순 나오면서 근래의 근접전을 위시로 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은 대부분 이 틀을 따르고 있다. 그렇다면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일까? 결국 본질은 액션 게임인 만큼 다수의 게임이 ‘액션’에서 차별점을 두고 있다.
가령 프롬 소프트웨어의 <세키로>는 틀 자체는 다크 소울 시리즈를 생각나게 하지만, ‘패링’과 ‘체간’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투 시스템을 제시했다. 여기에서 이어진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은 무기의 조합과 ‘리전 암’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또 한 번의 재해석을 선보였고, 팀 닌자의 <인왕> 시리즈는 파밍과 육성, 무기군별 구분되는 특징과 ‘잔심’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아예 ‘소울라이크’가 아닌 별도의 액션 게임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면, <명말>이 추구한 전투는 무엇일까? <명말>의 핵심은 무기마다 할당된 스킬 그리고 무기마다 개별로 장착할 수 있는 ‘유파’, 공격이나 회피 등의 행동으로 모아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신력을 통해 보스의 패턴을 어떻게 상쇄하고 대응할 것이냐에 있다.

게임을 시작하고 여러 무기의 공격 모션을 테스트해 보면 타 게임과 <명말>이 구분지어지는 특성을 곧바로 느낄 수 있다. <명말>에서 무기의 공격은 생각보다 느리고 중후하다. 중국하면 ‘무협’을 떠올릴 테고, 예쁘장한 주인공이 나오는 게임이다 보니 온갖 화려한 공격을 생각하겠지만, 중국의 실제 무예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모션 캡처를 통해 만들어진 각종 공격과 스킬의 애니메이션은 생각보다 현실적이고(개중에는 화려한 것도 있지만) 빠르지 않다.
게임 내에서 여러 액션을 쌓아 얻을 수 있는 ‘신력’(기자는 귀찮아서 ‘깃털’이라고 불렀다) 또한 중요한 요소다. 기본적으로는 적의 공격을 타이밍에 맞게 회피하는 ‘저스트 회피’를 통해 획득하며, 캐릭터의 육성에 따라서는 공격을 통해 획득할 수도 있다. 초기에는 3개로 시작하지만 후반부에는 5개 이상을 모을 수 있으며, 보스의 패턴에 알맞게 대응하면 생각보다 금방 채울 수 있다. 신력은 일종의 ‘마나’의 개념으로 스킬을 사용하거나 무기의 공격을 빠르게 하는 등의 효과로 소모한다.
캐릭터의 육성이 이루어지지 않은 초기, 일반적인 액션 게임을 생각하고 <명말>을 플레이하면 생각보다 전투가 답답하고 느리다. ‘수문장’으로 만들어진 보스의 몇몇 패턴은 갑작스레 ‘엄청난 연타 공격’을 동반해 오기에 절대 피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 맨 왼쪽의 게이지가 신력이다. 초반에는 3개만 채울 수 있다.

▲ 대처 방법을 모르면 필연적으로 엄청난 고생을 하게 되는 보스 (팁 - 패링해야 쉽게 깹니다)
하지만, 무기의 기술과 스킬에 할당된 텍스트를 꼼꼼히 읽어 보면 생각보다 ‘시전 중 적의 공격을 받았을 때’ 발동하는 효과가 많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몇몇 무기는 일반 공격의 특정 타수에도 ‘적의 공격과 동시에 발동’하면 대미지를 무효화하는 ‘상쇄’ 효과가 있다. 무기의 스킬(혹은 신력을 사용하는 무기 스왑 공격)을 사용하면 애니메이션이 상당히 느려서 일방적으로 공격해 오는 보스를 상대로 전혀 사용할 틈이 없이 느껴지지만, 이외로 보스의 특정 행동에 맞대응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면 대미지가 경감되는 등 패턴을 넘기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이 말인 즉슨, <명말>의 보스전에는 기믹을 수행하고 공격을 잘 피해야 하는 거대한 적과의 전투도 있지만, 온갖 화려한 공격을 하며 틈을 안 주고 압박해 오는 인간형 보스와의 전투에서는 적의 공격에 위축되지 않고 이 상쇄라는 요소를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에 승패가 달렸다. 처음 조우하면 패턴을 익히며, 상쇄할 수 없는 ‘체술’(손이나 발을 사용한 공격)이나 ‘원거리 공격’은 회피해 신력을 쌓고, 이어 들어오는 보스의 몇몇 패턴은 스킬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

▲ 원거리 패턴은 저스트 회피를 하면서 신력을 쌓아 두고

▲모은 신력으로 근접 패턴에 대응할 수 있다. 더 쉬운 말로 설명하자면 '맞딜'해야 한다.
신력이 회피를 통해 획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명말>은 적의 공격을 잘 피하고, 신력을 모아 적의 빈틈을 노려 스킬을 사용하는 전투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실제로 플레이해 보면 방향성이 다르다. 적의 공격을 회피하고 빈틈을 노리기만 하면 생각보다 대미지가 잘 누적되지 않아 전투가 늘어진다.
빈틈도 딱히 없다. 특히, 스킬을 쓸 시간이 없어서 금방 채운 신력을 소모하지 못하고 ‘시간이 낭비’된다는 느낌을 받기 쉽다. 회피와 공격으로만 보스를 클리어할 수도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지루하다.
따라서 신력을 쌓아 ‘어떤 타이밍에 빠르게 털어낼 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 도전에서는 보스의 패턴을 익히고, 자신이 육성한 캐릭터의 특성과 무기군에 따라 어떻게 신력을 쌓을 것인지, 어떤 패턴에 대응하는 스킬을 사용하고 남은 시간에 어떤 스킬로 추가적인 대미지를 넣을 것인지 능동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연타 패턴도 스킬을 사용하면 이외로 쉽게 넘겨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 무기별로 신력을 수급하는 방법이 약간씩 다르기도 하다. 가령 '장도'는 기본 공격이 빠르고, 2타 공격에 '신력 회복'이 붙어 있어 상당히 쓰기 쉽다.
이 부분이 <명말>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게임의 공식 트레일러를 보면 알게 모르게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벌써부터 트레일러 분석을 통해 이를 깨우친 유튜버도 있다(놀랐다!). 물론, 보스에 따라서는 역으로 거리를 벌리며 원거리 공격 위주로 해오는 등 이러한 '파훼' 위주의 공격을 카운터치는 기믹을 가지는 경우도 있으니 상황에 따라 잘 사용할 필요가 있다. 상쇄가 중요하다고 해서 상쇄만 하는 게임은 아니다.
게임의 첫 수문장이라 할 수 있는 '지휘사 홍람'이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보스다. 홍람 공략의 키 포인트는 이 시기쯤 일도 스킬에 유파로 장착할 수 있는 패링에 있는데, 칼을 휘두르는 패턴은 대부분 패링 가능하며, 패링 유파의 판정이 엄청나게 널널하기에 '어떤 공격에 어떤 타이밍으로 칼을 휘두르는지'만 익혀두면 된다.
하지만 몇몇 패턴에서는 장법 혹은 발차기를 위시로 한 공격을 해 오는데, 이런 공격은 패링 불가능하니 꼭 회피해야 한다. 특히, 2페이즈부터는 패링 불가능한 공격이 대폭 늘어나기에 이러한 공격에도 어떻게 대응할 지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
또한, 이런 액션 시스템에는 플레이어에게 “네가 잘 했다! 성공했다!”라는 느낌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액션 게임이 대부분 그렇듯이, <명말>에서 이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그로기’다. 적에게 대미지를 누적시킬 수록 ‘하얀 원’이 채워지며, 이 원이 전부 채워지면 적이 쓰러지며 신명나는 효과음과 함께 적에게 한자가 출력돼 ‘잡기 공격’을 할 시간이 주어진다.
단순히 회피-공격만을 반복할 경우에는 그로기를 끽해야 한 번 정도만 보게 되지만, 게임의 시스템을 이해하며 적과 끝없이 합을 주고받을 수록 보스를 잡을 때 발생시킬 수 있는 그로기의 횟수는 늘어난다.

▲ 그로기 게이지를 시간 안에 성공적으로 채워 내면 한자 표시와 함께 적이 쓰러진다.
보다 능동적으로 그로기를 발동시킬 수 있는 수단도 있다. 적의 배후로 돌아 ‘강공격’ 차징을 끝까지 모은 후 적중시킬 경우에는 즉시 그로기가 발동한다. 그런데 강공격의 차징은 느리고, 대부분이 공격 거리도 길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시스템을 사용해야 할까? 캐릭터 육성을 통해 사용하는 무기군을 강화시킬수록 다양한 부가 효과가 붙는데, 개중에는 ‘신력이 있으면, 다음 강공격을 사용할 때 차징 시간이 빨라진다’는 것이 존재한다. 이 시스템을 활용해 보다 능동적으로 그로기를 발동시킬 수 있다.
스킬을 통한 공격적인 플레이를 권장하는 시스템도 존재한다. <명말>에서는 플레이어가 사망할 수록 ‘심마’라는 수치가 쌓인다. 이 심마라는 수치가 끝까지 채워질 경우에는, 주인공이 눈이 붉은 색으로 변하며 받는 피해가 증가한다. 그 대신 공격력도 증가하며, 캐릭터의 육성에 따라 심마 상태를 오히려 ‘좋은 것’으로 바꿀 수도 있다. 가령 심마 상태에서 ‘신력을 소모해 무기 스왑 공격’을 발동하면 체력이 회복된다거나 하는 것들이 있다.
보통 보스전은 여러 번의 재도전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기에, 사실상 심마 상태는 항상 유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리스크가 아닌 일종의 ‘강화’가 되는 셈이다. 다만, 필드에서 심마가 끝까지 채워져 사망할 경우에는, 주인공이 사망한 곳에 ‘적대적인 분신’이 생성되며, 이 분신에게 패배할 경우에는 모든 레벨업 자원을 잃는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두 번 죽으면 그 즉시 사용하지 못했던 모든 레벨업 자원을 잃는 기존의 소울라이크보다는 자비롭긴 하다.


▲ 심마가 가득 찬 상태에서 필드에서 사망하면, 그 자리에 주인공을 본뜬 적이 나온다. 이 적에게도 패배하면 모아 둔 자원을 모두 잃는다.
노드를 통한 캐릭터 육성 시스템
캐릭터의 육성도 이 시스템에 맞춰져 있다. <명말>은 적에게서 얻을 수 있는 레벨업 재화를 모아 원하는 능력치를 상승시키는 것이 아니라, <패스 오브 엑자일>과 같은 게임처럼 ‘노드’를 하나하나 해금해 능력치를 강화시키고 무기에 장착할 수 있는 유파를 해금할 수 있다. 무기의 강화도 이 노드의 해금에 달려 있는데, 레벨업 포인트 그리고 필드 곳곳에서 강력한 적을 처치해 얻을 수 있는 붉은 깃털을 소모하는 노드를 해금하면, 해당 무기군의 대미지에 모두 +표기가 붙으며 강해진다.
노드는 신력, 장도, 한손검, 쌍검, 도끼, 창의 여섯 가지로 나뉜다. 여기서 주로 사용할 무기군을 정해 차례차례 노드를 해금하며, 신력 노드와 함께 겸사겸사 올려주면 된다. 노드를 잘못 찍거나, 레벨업 포인트를 투자한 노드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괜찮다. 버튼 한 번만 눌러도 제한 없는 초기화가 가능하니 마음껏 찍어도 된다.
그 외에도 무기에 속성 이상 효과를 부여할 수 있는 우골침 같은 업그레이드가 있어, 이러한 조합을 통해 자신만의 빌드를 꾸밀 수 있다. 참고로 무기는 두 개를 장착 가능하며, 신력을 소모해 스왑 공격을 할 수 있어 두 가지 무기군을 활용하는 것이 권장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냥 같은 무기 종류를 두 개 장착하는 식으로 스왑 플레이를 배제할 수도 있다.


▲ <패스 오브 엑자일> 처럼 여러 갈래로 나뉜 노드를 따라가며 여러 스킬을 개방하고 능력치를 올리는 식이다. 독특한 부분.

▲ 우골침. 무기에 장착하고 별도로 아이템을 사용해 무기에 화염 효과를 부여하는 등의 행위가 가능하다.

▲ 그 외에도 4종의 방어구와 3종의 부적을 장착할 수 있다. 방어구는 성능 차이가 크지 않고, '형상 변환'까지 가능하기에 '입고 싶은 것' 입으면 된다.
중국 관광까지 생각나게 하는 맵의 심미성
앞서 액션 시스템이 소울라이크 장르 게임이 차별점을 두고자 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지만,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아트다. 소울라이크 게임이 늘어나면서 <다크 소울> 시리즈에서 보여준 ‘무너진 중세 판타지 세계’에서 벗어나 여러 게임이 자신만의 ‘몰락한 세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P의 거짓>은 벨 에포크 시대의 모습과 기계적인 요소를 잘 구현해 놓았고, <인왕>은 일본의 전국 시대와 요괴를 소재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줬다.
<명말>은 중국 게임이고, 게임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명말청초’(명나라 말기, 청나라 초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당연히 여러 중국의 실제 모습을 배경으로 삼은 모습이 나오는데,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이 부분을 상당히 잘 만들었다. 오랜 기간 공을 들여 개발한 게임이기 때문인지, 실제 배경을 본따 만들어진 듯한 산길이나 당시대의 건물을 보면 상당히 멋들어지게 표현됐다는 느낌이 있다.


▲ 기자가 사진을 못 찍는 편이라 그렇지 심미적으로 잘 구성된 맵이 많다.
배경 시스템에 들인 공은 게임의 특성과도 연결된다. <명말>의 맵 디자인은 이전 <다크 소울> 시리즈를 생각나게 한다. 여러 길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으며, 돌고 돌아 처음 시작했던 곳으로 돌아오는 맵 디자인과 같은 것에 많은 공을 들인 편이다.
소울라이크 게임은 보통 미니맵과 같은 것을 지원하지 않기에 이런 디자인의 게임 속에서는 배경의 표현으로 플레이어에게 ‘탐험 욕구’를 들게 함과 동시에, 각 구역마다 차별화되는 디자인으로 미니맵 없이도 자신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명말>에서는 거대한 석탑이나 건축물이 일종의 랜드마크 역할을 해 플레이어가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느낌이 있다. 다만, 아쉽게도 항상 모든 맵이 멋진 것은 아니며 아무래도 개발에 용이하다는 특성 때문인지 동굴이나 지하 갱도로 들어갈 때가 많다.
요즘 중국산 콘솔 게임이 배경 묘사 하나만큼은 잘 한다는 느낌이다. 중국인들은 보통 자국의 문화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 여러 개발사가 이를 게임 속에 표현하는 것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보니 실제로 청두 지방에 위치한 개발사 ‘Leenzee’ 또한 이 부분에 있어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워낙 볼 것이 많은 나라다 보니, 명승지를 직접 답사하며 본 것을 잘 구현하기만 해도 게임 속에서 훌륭한 모습이 나오는 느낌인데 개인적으론 부러운 감도 있다. 참고로 Leenzee의 공식 홈페이지를 확인하면 “동양의 역사와 문화적 매력을 담은 작품으로 전 세계 플레이어에게 놀라운 게임 경험을 선사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안내하고 있다.

▲ 특히 후반부 필드의 분위기가 좋다. "이제 정말 최종장이다"라는 느낌
그러나 필연적으로 느껴지는 단점들
"첫 술에 배부르랴”는 말이 있다. 첫 시도에서 완벽한 결과를 얻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명말>도 그렇다. <명말>을 ‘좋은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게임을 하다 보면 느껴지는 아쉬움이 많다.
먼저 세이브 포인트의 수에 대한 문제다. <명말>은 기존의 소울류보다 맵이 크고 긴 편이다. 그러나 주인공의 이동 속도는 느리고 특히 ‘세이브 포인트’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다른 소울라이크가 “이쯤 슬슬 화톳불이 나올 때가 됐는데…”라고 느끼는 순간마다 세이브 포인트가 제공된다면, <명말>은 “대체 어디까지 가야 쉴 수 있는 거지?”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많다.
그러다 사망하면, 한참 뒤에 있는 세이브 포인트에서 다시 시작해 다시 죽어라 뛰어야 한다. 게임에서 두 개, 새 개로 나뉘는 ‘갈래길’이 많음에도 말이다.
심지어 세이브 포인트는 석상에 공양을 함으로써 해금하는데, 아무래도 ‘노란 빛’을 내뿜는 화톳불보다 가시성이 부족해 게임을 꼼꼼히 플레이하지 않으면 ‘보고도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 그렇기에 <명말>은 돌고 돌아 원점으로 돌아오는 <다크 소울> 시리즈처럼 유기적인 맵 디자인에 큰 공을 들였지만, 이 부분이 오히려 피로하고 단점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 "다음 세이브 포인트는 대체 언제 나오지?"하는 순간이 많다.

▲ 이 메뉴에 들어갈 때마다 화딱지가 난다. 너무 느려서...
여기에 맵에 배치된 여러 함정까지 포함하면, 아무래도 썩 유쾌하지 못한 경험을 하게 된다. ‘독늪’과 같은 요소는 챕터 2부터 나오고, 설산 맵은 맵 모든 곳이 ‘빙결’ 수치를 상승시키는 상태 이상 효과가 적용되어 있다. 잘 보기 어려운 곳에 배치된 지뢰나, ‘세이브 포인트’ 같지만 생각 없이 발동시키면 잡아먹히는 함정도 챕터 3부터 등장하기에 게임을 꼼꼼하게 진행하지 않으면 피를 볼 수 있는 순간이 많다.
애초에 개발진의 의도부터 게임을 꼼꼼히 읽고 신중하게 플레이하라는 의도가 느껴진다. <명말>에서는 텍스트를 생각 없이 넘기거나, 맵을 대충 탐사하면서 진행하다 보면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많다. 가령 레벨업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구간을 지나친다거나.
‘수수께끼’를 내고 정답을 맞추면 보상을 주는 문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여기서 오답을 제출하면 문이 주인공을 빨아들임과 동시에 어딘가로 강제 전송까지 시켜 버린다. 약간 스포일러를 하자면 '투명 다리'와 비슷한 구간도 있어 정말로 초창기 소울라이크의 맵 디자인을 생각나게 한다.
서브 퀘스트도 은근히 많은 편이라 마구잡이로 진행하다간 원하는 엔딩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참고로 <명말>은 엔딩이 여러 갈래로 나뉜다.

▲ 정확히 두 번째 지역부터 '독늪'이 나오는 데다가, '화톳불 낚시'까지 등장해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맵은 여러모로 <다크 소울 2>를 생각나게 한다.

▲ 선택지는 잘 누르자

▲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느껴지면 튜토리얼 메시지를 참고하자. 함정부터 시작해 무기 콤보의 예시 등 중요한 핵심 포인트가 모두 적혀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조작감이다. 솔직히 <명말>의 조작감은 썩 유쾌하지 않다. 도저히 플레이를 할 수 없다거나 정말 화가 날 수준은 아니지만, 묘하게 반응 속도가 느려 ‘핑 100 이상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느낌’이 있다. 회피가 중요한 게임인데, 회피의 모션과 타이밍이 묘하게 느려 생각 없이 버튼을 난타하다간 선입력이 쌓이고 쌓여 원하는 타이밍에 반격하지 못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이 길고 느리다는 점도 조작감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느껴진다.
게임의 원활한 진행 흐름 면에서도 불편한 부분이 엿보이는데, 가령 화톳불의 역할을 담당하는 신단은 찾아도 활성화에만 시간이 한참 걸린다. 팔에 상처를 내 피를 공양하는 애니메이션이 이외로 길며, '입몽'을 통해 신단에서 체력 및 포션을 회복하는 경우에도 별도의 로딩 과정을 거쳐야 해 사용할 때마다 흐름을 끊는 감이 있다.
그 외에도 첫 예시로 들었던 부족한 세이브 포인트와 길게 늘어진 맵의 부조화처럼, 개발 의도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 완성도가 아쉽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군데군데 존재한다.
가령 무기 시스템은 개별적으로 무기를 강화할 필요가 없도록 해 여러 가지의 무기군을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았다. 무기마다 효과나 공격의 특성이 크게 다르기도 하다. 문제는, 맵을 샅샅이 탐험하고 서브 퀘스트를 전부 클리어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기의 가짓수가 아쉽게 다가올 정도로 적다. 다양한 무기를 원할 때마다 자유롭게 바꾸며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은 잘 만들어 놓았는데, 정작 무기의 수가 많지 않아 아쉽다는 이야기다.

▲ 무기마다 차이가 큰데, 그만큼 가짓수가 적어서 아쉽다.
결론 - ‘웰메이드 퀄리티’를 선보이고자 노력한 티가 보이는 게임
결론적으로 <명말>은 정말 혁신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거나, 극찬을 받을 만큼 엄청난 완성도를 가진 대작은 아니다. 만약 그런 게임을 기대했다면 오산이라 말하고 싶다. 그러나 <명말>이 핵심으로 삼은 액션 시스템의 완성도는 썩 나쁘지 않고 나름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답답한 조작감을 제외하면 액션 시스템에 플레이 경험을 해칠 만한 심각한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맵의 디자인은 중국 관광을 생각하게 할 만큼 심미적으로 뛰어나며, ‘예쁜 여자 주인공’을 원하는 게이머라면 반길 요소가 곳곳에 산재해 있기도 하다.
가장 좋은 점은 <명말>의 여러 부분에서 개발진이 ‘웰메이드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티가 역력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몇몇 단점은 확실히 있지만 조작감을 제외하면 전체적인 게임 플레이 경험을 해칠 만큼 심각하게 나쁘지는 않다.
아무래도 패턴을 잘 분석해야 하는 특유의 액션 시스템은 아무래도 초심자에겐 어렵겠지만, 소울라이크 마니아라면 충분히 적응할 만하다. 난이도가 전체적으로 어렵지는 않지만 중간마다 ‘수문장’으로 여겨지는 강력한 보스들이 있으니 이것만 주의하면 된다. 게임 정식 출시 이후에는 여러 유튜버가 초심자를 위한 보스별 공략을 올려주는 세상이다 보니 이를 잘 참고하면 게임을 정말 못하지 않는 이상 충분히 진행할 수 있는 난이도라고도 느껴진다.
즉, 이런 장르를 좋아한다면 “어? 새로운 게임 나왔네, 한번 해 볼까?”라는 생각 정도를 하기에 충분한 게임이라고 말하고 싶다. 기자는 빠른 리뷰를 위해 서브 퀘스트나 대사를 모조리 무시하며 빠르게 엔딩까지 달려 20시간 정도를 플레이했는데, 꼼꼼하게 게임을 플레이한다면 30시간 이상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파악된다. 애초에 <명말>은 꼼꼼히 그리고 천천히 플레이하기를 권장하는 게임이다.
- 괜찮은 전투 시스템
- 미형의 주인공 디자인
- 지나치게 길고 세이브 포인트가 부족한 필드
- 적은 무기 가짓수
- 지루할 수 있는 스토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