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게임이라고 하면 여러 의미에서 <서브노티카>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마치 파도가 멈추지 않는 바다처럼, 그 많은 잡음 속에서도 <서브노티카> 모바일 버전이 세상에 나왔다.
여름이 되면 찾게 되는 게임들이 있다. 간담을 서늘하게 해주는 공포 게임, 여러 이유로 진짜 수영장과 바다에 가지 못할 때 그 마음을 달래줄 물 속에서 진행되는 게임, 폭염 속에 입맛이 떨어질 때 못생긴 물고기마저 맛있고 소중해 보이게 되는 생존 게임. 그 모든 갈증을 충족시켜 주는 <서브노티카>다.
<서브노티카> 1편이 얼리액세스로 나온 건 2014년, 정식 출시된 건 2018년이다. 시리즈의 역사가 벌써 10년을 넘겼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동시에 명작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이번 ‘모바일’ 버전은, 스팀 리뷰 28만 6천 개 중 97%가 긍정적인 ‘압긍’ 평가를 받은 PC 원작의 아성을 넘어설 수 있을만한 작품일까? 10년 전 그 감동을 훼손되지 않은 모습으로 만나는 걸 기대해도 좋은 걸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서브노티카 모바일>을 직접 플레이해봤다.

# “여름 바다”의 “짧은” 해수욕
이미 너무 유명한 타이틀인 만큼 <서브노티카>가 어떤 콘셉트의 게임인지 구태여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는,모바일 버전의 특징들을 주목하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쪽이 좋을 것 같다.
모바일 버전에서도 원작의 모든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게임을 시작하면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데 ‘서바이벌’에서는 원작처럼 수분, 양분, 산소를 모두 관리하며 탐험을 하고, ‘자유’나 ‘창조’ 모드에선 자원 관리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기자는 원작처럼 ‘서바이벌’ 모드에서 플레이했다.
<서브노티카> 모바일 버전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여름 바다”다. 게임은 30fps와 60fps 두 가지 프레임 옵션을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데, PC에서의 경험을 떠올려보면 60fps를 포기할 수 없고 그러면 최신형 휴대폰조차도 필연적으로 뜨끈뜨끈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30fps를 골라도 약간의 발열은 있는 편이다. 그렇다, 이 바다는 키보드, 마우스, 패드와 달리 시원한 바다가 아니다.
이 바다는 뜨거웠다. 30fps는 조금 덜했지만 마찬가지로, 여름이었다.
그래도 풍광은 여전히 아름다우니
더위(발열)는 조금만 잊자.
그나마 다행인 점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과도한 프레임 드랍이나 끊김 현상 등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다만, 멀리 있는 지형이나 오브젝트는 시야에 들어오는 동안 표면이 레이어 단위로 쌓이는 것처럼 보여지고, (자동 저장이 지원되긴 하지만) 수동 저장을 할 때 약간의 시간이 걸리는 등 모바일 최적화라는 벽은 <서브노티카>에게도 높았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서브노티카>는 여타 3D 게임들과는 달리 최적화에서 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타이틀이기도 하다. 심해 잠수 특성상 전후좌우 외에도 상하 이동이 계속해서 병행되고, 시야도 자주 옮겨야 하며, 계속해서 움직이는 물결과 거품, 다양한 해상 생물 등 동시에 처리하고 보여줘야 할 대상이 너무나도 많은 작품이다.
그렇게 조금 너그럽게 생각해보면 이 정도 비주얼까지 끊김 현상 없이 옮겨온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긴 하다. 비주얼에 대한 만족감은 모바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바로 옆에 PC, 콘솔 버전을 두고 비교하면 역체감이 되기야 하겠지만, 모바일에서 <서브노티카>를 즐길 수 있게 한다는 기획 및 출시 의도 자체엔 충분히 부합하는 그래픽이다.
원작만큼이나 예쁜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 원래 생존은 어려운 것이라곤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시야와 조작감이다. 평화로운 상황에선 그냥 할 만한가 싶다가도, 꼭 구해야 하는 자원이 있거나, 좁고 깊은 공간에 들어가 산소가 부족해졌을 때, 레비아탄 같은 위협적인 생물에게 쫓길 때 매번 발목을 잡았다.
원작의 개발사인 언노운 월즈와 이번 모바일 개발에서 함께 협업한 플레이디지어스 모두 이 조작 편의성을 위해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나긴 한다. 상황에 맞게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 게임 특성에 맞게 퀵 슬롯에 다섯 개까지 도구를 넣어 상대적으로 편하게 도구를 교체할 수 있게 했고, 가상 조이스틱을 두 번 누르는 것으로 지정 방향으로 자동 이동하게 할 수도 있다.(한 방향으로 전진 같은 방식이다)
그러나 말 그대로 노력한 티만 난다. 실제 게임플레이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도구는 다섯 개보다 훨씬 많으니, 퀵 슬롯이 7~10개 정도는 됐어야 맞아 보인다. 패드(인벤토리) 화면을 볼 때 인게임 시간이 멈춰주기 때문에, 퀵 슬롯에 안 넣어뒀던 도구도 옮겨 넣어서 쓸 수는 있지만, 이 조작 또한 긴박한 상황에서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이동 조작도 다소 불편했다. 특히 난파선 안으로 들어가 탐사를 할 때나, 동굴 안쪽 깊은 곳으로 들어갔을 때 산소가 부족해지면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서 ‘탈 것’ 안에 다시 들어가 숨을 쉬거나, 수면 위로 빠르게 이동해야 하는데, 이 “되돌아 나갈 때”가 항상 문제였다. PC, 콘솔에서도 이 조작이 쉽지 않은 편인데, 모바일에서 산소 부족에 쫓기며 급하게 조작하다 보면 벽이나 문턱에 걸려 허둥대다 사망하는 일이 빈번했다.
이런 좁은 곳은 잘못 들어갔다간 그대로 끔살이다.
시야 이야길 해보자. 아무래도 화면이 훨씬 크고 선명한 PC에 비해 모바일에선 시야가 다소 제한될 수밖에 없다. 가장 많은 불편을 겪은 건 리튬이나 다이아 같은 광물을 찾을 때였다. 어두운 바다에서 아무리 조명을 켜고 다녀도, 원작에서도 일반 지형과 구분하려면 뚫어져라 봐야 했던 암석들이 모바일에서 눈에 잘 들어올리 만무하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인해 속칭 “빡종”(답답하거나 화가 나서 게임을 끄는) 상황이 꽤 자주 있었다. 물론 서바이벌 게임이라면 스트레스 구간은 당연히 있는 것이기에 “빡종” 상황 자체를 뭐라 할 수는 없다. 그 배경 중 하나로 시야와 조작도 일조하고 있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이때 모바일 디바이스로 플레이하는 최대 장점이 발휘됐다. 아무래도 PC, 콘솔에선 한 번 자리에 앉으면 진득하게 플레이할 수 있을진 몰라도 이미 일어난 엉덩이를 다시 앉히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모바일에선 끄고 켜는 게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짧게 플레이하고 다시 하면 된다.
<서브노티카> 원작 또한 산소, 허기, 갈증가 같은 상태, 청사진(레시피) 획득하기 위한 탐사, 자원을 획득하기 위한 탐사 등으로 짧게 쪼개진 플레이 세션을 반복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바일에서의 “하다가 스트레스 받으면 껐다가 이따 다시 하면 되지”하는 분위기가 엄청난 도움이 됐다. 어떤 면에선 원작보다 플레이어의 스트레스 관리엔 모바일에 더 나은 측면도 있었다.
만약 <서브노티카> 모바일 버전이 조작과 시야에 대한 부분들만 지금보다 더 잘 다듬은 상태로 나왔더라면, 원작 만큼이나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큰 작품이라 본다. 그래서 더더욱 씁쓸함이 남는다.
이런 어두운 곳도 많은 것도 감안해야 한다.
이런저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짧은 플레이 세션 단위로 끊어가며 즐기기엔 모바일이 훨씬 쾌적했다.
# 바다가 짠 이유는 눈물 때문일지도 모른다
<서브노티카>는 ‘아름다운 바다와 식생’으로 유명한 게임이다. 공포와 긴장, 고독도 이 게임의 핵심 감정 중 하나지만 “이런 지형과 생물이 있구나”하고 감탄하게 되는 순간이 많은 게 장점 중 하나다. 하지만, 2025년 7월에 출시된 모바일 버전을 플레이하면서 10년 전과 같은 감정을 느끼긴 어려웠다. 게임 안팎의 잡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 이 바다엔 파도가 너무 많이 치고 있다.
2021년 약 5억 달러(약 5,800억 원)의 금액을 지불하고 언노운 월즈를 인수해온 크래프톤은 <서브노티카 2>에 건 기대가 컸던 것 같다. 크래프톤 주장에 따르면 개발은 기존 일정보다 과도하게 지연되며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겼고, 결국 <서브노티카 2> 출시 연기와 시리즈 원작자인 언노운 월즈 경영진 교체라는 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쫓겨난 원작자 테드, 찰리, 맥스의 입장은 이와는 상반된다. 찰리 클리블랜드는 레딧을 통해 “크래프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수십 억 달러 규모의 화시를 공개적으로 고소하는 것은 제 버킷리스트에 없었지만 이 문제는 바로잡아야 한다”며 팀을 위해 헌신해왔고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다만, 크래프톤은 미국 법원을 통해 받은 소장이 아직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찰리의 주장처럼 법정 분쟁의 문제로 가게 된다면, 이제 언노운 월즈 안팎의 문제는 옳고 그름의 판단에 더해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문제로 귀결되게 된다. 어느 쪽이 이겨도 출혈의 흔적은 남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크래프톤이 너무 비싼 금액에 인수해온 뒤, 원작자들을 내보내는 선택을 하기 전에 관리를 잘 했어야 한다고 탓할 것이고, 누군가는 언노운 월즈의 실력과 의지 자체를 의심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원작자들이 언노운 월즈에서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관리한 프로젝트인 <서브노티카> 모바일 버전은 매우 중요한 게임이었다. 후속작 <빌로우 제로>나 전략 게임 <문브레이커>가 <서브노티카>의 명성에 비하면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모바일 버전은 좋은 평가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이제 그 결전의 순간은 <서브노티카 2> 출시 시점으로 옮겨가게 됐다. 난항 속에서 증명할 것은 ‘게임의 재미’ 하나 뿐이지 않겠는가.
여러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시점에 나오게 된 <서브노티카> 모바일. 하지만 승부처가 되어주진 못했다. 바톤은 <서브노티카 2>에 넘겨졌다.
찰리는 언노운 월즈 경영진 교체 직후 시점인 7월 5일, <서브노티카> 레딧을 통해 “파도는 천 개의 물방울로 만들어지지 않나?”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What is a Wave but a Thousand Drops?”라는 문장은, 물방울 천 개가 모이는 과정처럼 게임 하나가 만들어지는 덴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고, “(Tear) Drops” 즉 눈물로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의 입장에 대한 감정의 표현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론 여러 잡음으로 인해 <서브노티카>를 온전히 <서브노티카>로 즐길 수 없게 된 시리즈 팬들이야 말로 눈물을 흘리는 주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서브노티카> 모바일 버전은 파도의 한 가운데서 분위기를 뒤집기엔 다소 약했지만, 2026년 얼리액세스 출시를 앞두고 있는 <서브노티카 2>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기다려보도록 하자.
2025년 7월의 <서브노티카>는 눈물처럼 짜다.
- 원래부터 짧은 단위로 설계된 세션이 모바일의 가벼운 플레이 패턴과 상성이 좋았다
- 긴장감과 분위기는 여전히 최고
- 특정 청사진 및 자원을 찾는 것부터 길찾기까지 원작에서의 불친절함은 모바일 버전에서도 여전하다
- 말 많고 탈 많은 시점에 출시되어 게임의 재미에 대해 언급하는 순풍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