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밋하고 희미하다.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하나만 잘' 해도 괜찮다면 참으로 좋겠지만, 그런 일은 보통 없다. 게임 커뮤니티에서 주로 사용되는 '원툴'이란 속어부터 부정적인 의미가 강한 것처럼 말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할 줄 알아야 하는데, <앨런 웨이크>, <컨트롤> 등 깊이 있는 서사를 가진 액션 어드벤처를 전문으로 만들어 온 레메디 엔터테인먼트도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다. 실제로 레메디의 몇몇 게임은 훌륭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상업적 성과는 미비했으니 충분히 그럴 생각을 할 법했다.
이런 고민 속에서 만들어진 게임이 <FBC: 파이어브레이크>다. 이 게임은 레메디가 이전에 개발해 온 게임과는 전혀 다른, 3인 협동 FPS 장르로 만들어졌다. 세계관은 레미디의 최신작 <컨트롤> 에서 6년이 지난 후를 다루고 있으며, 게임의 표지나 아트워크에서 보이듯이 다소 유쾌한 분위기를 품고 있다. 플레이어는 연방통제국 시설 및 자재 지원부 소속 '방화대'가 되어 히스와 포스트잇과 같은 이상 현상을 격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
하지만, 미리 말하자면 이 게임에는 히스와 포스트잇의 침공은 '따위'로 만들어 버리는 큰 문제가 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본 리뷰는 레메디 엔터테인먼트로부터 사전에 키를 제공받아 진행했습니다.

<FBC: 파이어브레이크>는 <레인보우 식스 익스트랙션>과 같은 플레이 방식 속에 <헬다이버즈 2>의 채권과 비슷한 성장 체계가 혼합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FBC: 파이어브레이크>는 하드코어한 협동 액션을 추구한 게임은 아니다. 게임 한 판에는 약 10분 ~ 20분 정도가 소요되며 부활의 개념도 있어 난이도를 크게 높이지 않는다면 그렇게까지 고생을 할 일은 없다.
진행 방식은 정식 출시 기준 5가지 임무 중 하나를 골라 플레이하고, 임무를 완수하면 맵에서 탈출하는 구조다. 임무에는 환풍기를 수리하는 '비상 냉각', 지정된 양의 포스트잇을 모두 파괴하는 '종이 추격전', 의문의 알을 부수고 방사능 소재를 입수해 보관하는 '지상 통제'와 같은 것들이 있다.

이런 임무는 처음에는 매우 단순하지만, 3번 이상 플레이해 상위 난이도를 해금할 경우에는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핵심 목표가 부여된다. 가령 비상 냉각에는 환풍구를 모두 수리한 후, 폭주하는 거대한 용광로를 멈추기 위해 빈 통에 흑암석을 채워 던져 넣는 행위를 반복하는 메인 미션이 추가된다. 이 과정에서 적들이 끝없이 스폰하며 몰려오기도 하고, 중간중간 네임드 보스가 등장하기도 한다.
<페이데이>나 <헬다이버즈 2>와 같은 협동 게임을 해 본 사람이라면 상당히 익숙할 구조다. 그렇다면 <FBC: 파이어브레이크>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먼저,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키트'라는 것을 정할 수 있다. 일종의 직업이라 볼 수 있는데, 가령 수리 키트는 '렌치'를 들어서 무언가를 수리할 때 미니 게임 대신 렌치를 휘두르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
점프 키트는 전기 범위 공격을 하는 무기를 통해 높은 곳으로 이동하거나, 적을 한꺼번에 튀겨낼 수 있다. 확산 키트는 물을 뿌려서 아군의 상태 이상(가령 불)을 제거해 주고, 적을 젖게 만들어 점프 키트의 전기 공격과 시너지를 노려볼 수 있다.
이런 키트끼리의 협업과 환경 간의 상호작용이 <FBC: 파이어브레이크>의 차별점 중 하나다. 앞서 언급했듯이 먼저 확산 키트로 상대를 축축하게 만든 후 점프 키트로 공격하는 것이 상당히 유용한데, 종이 추격전에서는 제거해야 하는 포스트잇을 한꺼번에 젖게 한 후 점프 키트로 마치 청소기를 돌리듯이 손쉽게 제거할 수 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포스트잇은 플레이어에게 계속 달라붙어 시야를 방해하다, 끝내 잠식해 버리기 때문에 유용하다.


환경 요소를 활용하기 위해 반드시 키트끼리 협업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도 하다. 가령 맵 곳곳에는 스프링쿨러가 있어, 사격하면 물을 내뿜는다. 확산 키트가 없어도 특정한 범위를 혼자 '젖음' 상태로 만들 수 있는 셈이다.
그리고 <FBC: 파이어브레이크>의 여러 오브젝트는 활성화하기 위해 미니 게임 플레이를 요구한다. 가령 배전반이 부셔져 있어서 수리하러 가면, 키보드 기준 Q와 E 버튼을 계속해서 알맞게 눌러 고쳐야 하는 식이다. 아무래도 적이 끝없이 몰려오는 중에 미니 게임을 하려면 정신이 없는데, 이 때가 수리 키트가 활약하는 순간이다. 다른 사람이 적을 막아내고, 수리 키트 담당이 렌치를 후려쳐 미니 게임을 스킵하면 상당히 진행이 쉬워진다.

이런 미니 게임은 게임의 여러 곳에서 활용된다. 심지어 탄약 박스에서도 탄약을 획득할 때도 미니 게임을 진행해야 하며, Q나 E 버튼을 클릭할 때마다 플레이어 캐릭터는 정신 없이 손을 움직이며 탄약을 줍는다. 꼭 고쳐야 하는 메인 오브젝트 외에도 고장난 배전반이 이곳저곳에 위치해 있어 이를 수리하면 맵이 밝아져 소소한 이득을 볼 수도 있다. 회복 포인트도 일정 횟수 이상 사용하면 고장나기에 다시 미니 게임을 통해 수리해 줘야 하기도 한다.
게임이 끝나면 일정한 보상을 받는데, 이 보상은 등장하는 보스를 처치해 드롭되는 것을 줍거나, 일종의 체크포인트 구간인 세이프 룸에서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다. 죽으면 즉시 제자리에 획득한 모든 것을 떨어트리기에 쓰러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보상은 플레이어 캐릭터의 특전이나 무기 및 장비를 해금하는 데 쓰인다. 참고로 무기와 장비를 해금하는 방식은 <헬다이버즈 2>의 채권과 똑같다.


<FBC: 파이어브레이크>는 게임에 튜토리얼이 없고, 몇몇 기믹은 설명조차 안 해주기 때문에 협동 게임에 흔히 보이곤 하는 '혼란스러운 재미'를 의도한 느낌이 있다.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나름 유쾌하게 표현되어 있는 이유다. 가령 공략 없이 플레이하는 <리썰 컴퍼니>에서 처음 만난 적의 대응법을 몰라 온갖 난리를 치거나, <헬다이버즈 2>와 같은 게임에서 강력한 적을 처치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하는 것을 떠올려 보면 된다.
온갖 도시 전설과 이상 현상을 다루는 <컨트롤>의 세계관을 잇는 게임답게, 나름 독특한 설정이 엿보이기도 한다. 난이도가 올라가면 맵 곳곳을 휘젓는 '일본 라면집 전등'과 같은 오브젝트가 나와 탄약통이 있는 구역에서 얻을 수 있는 특수한 무기를 통해 정화(를 가장한 격파)해야 하기도 하며, 포스트잇이 모여 사람의 형체를 구성해 플레이어에게 자폭하기 위해 달려오기도 한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게임 내에서 체력 회복 수단은 '물'이기도 하다. 플레이어가 체력을 회복하는 곳은 간이 샤워실이며, 맵 곳곳에 위치한 세이프 룸을 해금해 수도꼭지에서 체력을 회복할 수 있다.



문제는, <FBC: 파이어브레이크>의 콘텐츠 구조가 지나치게 반복적이고 단순하다는 것이다. 이 게임은 <딥 락 갤럭틱>이나 <레프트 4 데드> 처럼 하나의 긴 스테이지를 진행하며 스토리나 연출을 감상하는 게임이 아니다. 각 미션의 목표는 단순하고, 한 판 한 판에 요구되는 플레이타임은 길지 않다.
특히, 각 임무는주로 단순히 해야 하는 일이 늘어나는 방식으로 난이도가 올라간다. 가령 '비상 냉각'임무는 처음에는 고쳐야 할 환풍기가 5개지만, 난이도가 올라가면 15개를 고쳐야 하는 식이다. 물론, 등장하는 적이 강해지고, 이상 현상이 늘어나고, 시작 지점의 회복 포인트가 사라지는 등의 변화가 있긴 하지만 결국 하는 일은 완전히 똑같기에 게임을 시작한 지 몇 시간 되지 않아 반복적이고 지루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미션을 끝없이 반복하고, 자원을 끌어모아 <헬다이버즈 2>처럼 꾸며진 패스의 보상과 플레이어 캐릭터의 퍽을 하나하나 해금하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 콘텐츠다.

게임의 기본적인 완성도는 나쁘진 않지만, 특출난 부분이 없다는 것도 단점이다. <컨트롤> 세계관을 활용했기에 온갖 기상천외한 적이 등장할 것 같지만 적의 종류는 그다지 많지 않고, 다가와서 공격하는 적, 멀리서 총 쏘는 적, 하늘을 날며 투사체를 발사하는 적 등 다른 게임과 크게 다른 기믹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보스는 그냥 '피통만 많은 적'이다. 총을 쏘는 느낌은 나쁘지 않지만 적을 처치할 때의 쾌감이나 타격감은 딱히 없으며, 조작감은 좋지 못한 서버 상태와 합쳐져 무언가 뚝뚝 끊기고 불편하다.
조작 체계가 정제되지 않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비상 냉각'에서 용광로를 끄기 위해서는 드럼통에 흑암석을 채워 넣고 집라인으로 수송해야 하는데, 통을 E 버튼으로 들은 후 흑암석 생성기에 집어넣는 버튼은 마우스 오른쪽 그리고 집라인에 메다는 버튼은 E 버튼이다. 게다가 집라인에 통을 메달기 위해서는 집라인의 시작 부분을 정확히 조준해야 하는데, 안 그래도 적이 틈을 안 주고 끝없이 스폰되기에 정신 없는 상황에서 사소한 불편함을 유발하니 짜증이 났다.
미니 게임도 불평스러운 부분인데, 전기 시설을 수리할 때는 버튼을 잘못 누를 때마다 플레이어의 체력이 감소하는 페널티가 있다. 하지만 총알 줍기 미니 게임을 할 때는 페널티가 없다. 덕분에 탄약 획득 부분에서는 미니 게임을 룰에 맞춰 플레이할 필요가 없다. 그냥 QEQEQEQE를 막 눌러도 탄약은 잘 얻어진다. 이런 부분부분에 대한 미흡한 완성도는 <FBC: 파이어브레이크>의 여러 곳에서 노출된다.


"야 이거 그냥 무시하고 QEQE만 막 눌러도 되는데?"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자잘한 단점들이 합쳐짐과 동시에 <FBC: 파이어브레이크>에 게이머가 흥미를 느낄 만한 특징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GTFO>는 길고 어려운 미션을 끝내 클리어하는 '성취감'이 핵심이고 초반 미션은 난이도를 적절하게 설계함으로써 단계적 성취감을 느끼도록 했다. <버민타이드>나 <다크타이드> 시리즈는 캐릭터의 서사성, 연출, 근접 전투의 재미로 인해 자연스레 플레이어가 게임에 빠져들도록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FBC: 파이어브레이크>는 그다지 유쾌하지도 않고, 시스템이 특출나거나 독특한 것도 아니고, 쏘는 재미가 뛰어난 것도 아니다. 전반적으로 나쁘지는 않고 온갖 게임에서 익숙한 시스템을 적절하게 섞어놓긴 했는데, 이렇다 할 특징은 보이지 않는 존재감이 희미한 게임이다. 여기에 콘텐츠조차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수단이나 연출 하나 없이 시작부터 단순 반복 위주로 구성되어 있으니 몰입감을 느끼기가 아무래도 어렵다.
남은 것은 세계관인데, <컨트롤>에서 구축해 놓은 설정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도 아니다. 빌딩을 뒤덮어 버린 포스트잇과 같은 설정은 초반 몇 분 정도만 흥미를 유발할 뿐, 이윽고 지루한 청소 작업으로 바뀌어 버린다. 흥미로운 탐험 포인트도 그다지 없다. 게임 내 방화대는 대화로 이따금 '반복적인 공무원의 일'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고는 하는데, 반복적인 콘텐츠를 플레이하다 보니 이 대사가 정말로 공감이 갔을 정도다.

그나마 희망을 이야기하자면 게임을 계속해서 플레이하고 다양한 특전과 무기를 해금할수록 <FBC: 파이어브레이크> 특유의 재미가 생기기는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플레이어가 게임에 흥미를 가지고 개발진이 의도한 제대로 된 재미를 느끼는 구간까지 이끌어 갈 수 있는 동기가 너무나 부족한 실정이다. 기자는 그 <레인보우 식스 익스트랙션>도 정말 재미있게 했었고 지금도 칭찬할 부분은 있다고 생각하는데, <FBC: 파이어브레이크>에서는 그런 느낌이 그다지 없었다.
개발진이 수 차례 강조해 온 내용이 하나 있긴 하다. <FBC: 파이어브레이크>는 레메디가 수많은 개발력과 개발비를 투입한 게임은 아니다. 리뷰 가이드에서도 'AA급 게임' 정도로 개발됐음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싱글 게임을 전문으로 만들어 온 개발사의 '작지만 새로운 도전'이라는 명목에서는 합격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은 차갑고, 경쟁작은 너무나 강력하다. 이미 <버민타이드>나 <헬다이버즈 2>와 같은 훌륭한 협동 게임이 있는 상황에서(그리고 이런 게임들조차 한 때는 콘텐츠 문제로 욕을 엄청나게 먹었던 일이 있음에도) 사람들이 <FBC: 파이어브레이크>라는 신입에게 애정을 주기란 어려워 보인다.
마지막으로 조금 슬픈 사실이 있다. <FBC: 파이어브레이크>는 2025년 두 번의 대형 업데이트가 예정되어 있으며, 각각의 업데이트에서는 새로운 직업(장비)와 임무, 시스템이 추가될 예정이다. 그리고 2026년의 업데이트 계획은 '플레이어의 반응과 피드백'을 보고 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FBC: 파이어브레이크>가 평가를 뒤집고 지속적으로 흥행하기 위해서는 정말로, 정말로 많은 노력이 필요할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