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디 얼터스>는 그 질문을 게임 속으로 고스란히 옮겨와 성찰의 시간을 선사하는 SF 생존 게임입니다. 외계 행성에 홀로 남겨진 얀 돌스키가 자신의 복제인 '얼터'들을 만들어 생존을 도모하는 과정은,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노력과 인간의 존재와 생명 윤리에 대한 고민을 보여줍니다.
디 얼터스
출시일: 2025-06-13
개발사: 11비트 스튜디오
유통사: 11비트 스튜디오
플랫폼: PC, PS5, Xbox Series X|S (게임패스 데이 원)
장르명: SF 생존
리뷰 버전: 사전 리뷰 버전
리뷰 빌드: PC

외계 행성에 불시착한 어느 기업의 탐사 대원들. 그러나 생존자는 건설자인 주인공 '얀 돌스키' 단 한 명입니다. 상황을 차분하게 파악할 시간도 없습니다. 태양이 내뿜는 치명적인 우주 방사선을 피해 시급히 이동해야 하거든요.
얀이 의지할 곳은 양자 컴퓨터를 탑재한 모듈형의 거대한 이동 기지 뿐입니다. 가까스로 통신을 복구한 그는 행성에서 회사가 그토록 찾길 고대했던 성장 촉진 물질 '래피듐'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구조를 요청합니다.
하지만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생존에 필요한 일들은 너무 많고, 얀 혼자서는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회사는 래피듐과 양자 컴퓨터를 활용한 유일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얀의 인생 전체에 걸친 기억을 양자 컴퓨터에 기록한 후 분기를 선택해 다른 특성과 자질을 지닌 복제 인간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죠.

지구의 식량난을 해결해 줄 물질 '래피듐'을 발견한 주인공

양자 컴퓨터에 기억을 옮긴 후, 분기점을 고른 다음, 래피듐으로 복제 인간을 뚝딱!
<디 얼터스>는 다른 선택을 했다면 다른 내가 되었을 거라는 실존적인 설정을 바탕으로 하는 게임입니다. 얀의 복제인 얼터들은 그가 겪은 문제를 다르게 해결했던, 얀이 가지 않았던 길 그 자체로 얀이 피한 것이면서 얀이 이루지 못한 것이기도 합니다.
얀과 얼터들은 서로 자신의 복제를 바라보는 불쾌함과 생존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목표를 각자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입니다. 기억을 공유한 같은 사람이면서도 다른 경험을 한 이들이기에, 서로의 인생이 전부 답이 될 수 있다는 위안과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얻은 깨우침을 주기도 하고요.
게임의 상당 부분은 얀과 얼터들이 마주 보고 대화하는 단조로운 화면이지만, 얼터마다 서로 다른 서사가 있고 여러 상호작용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보여줘 끊임없이 솔깃한 대화들이 이어집니다. 모든 대화는 즉각적인 심리 변화로 반영되는데, 감정은 단일한 행복이나 분노 등이 아닌 반항심과 조금 즐거움이 섞여 있는 등의 복합적인 감정으로 섬세하게 그려져 더 인간적이고 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하, 살아야겠으니 복제를 하긴 히는데 영 찝찝한 기분이 든다.

주인공이 자기 얼굴과 이름을 훔쳤다고 생각해, 재밌으면서도 조금 우울한 기분이 드는 얼터
개발사의 전작인 <디스 워 오브 마인>과 <프로스트펑크>에서 그랬듯, 인간이 사회를 이루며 열악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해야 하는 선택의 무거움은 이번 게임에서도 잘 담겨 있습니다.
이번에는 특히나 '생명의 복제'라는 극도로 윤리적인 주제를 다루는 만큼 철학적인 선택들이 주어집니다. 얼터들과 이룬 작은 사회에 불화가 없도록 해야 하는 한편, 지구에 있는 사람들과 살아서 지구로 돌아갔을 때의 미래까지 고려해서 결정을 내려야 하니 더욱 쉽지 않죠.
가장 중요한 갈등의 요인은 얼터들에게도 자아가 있다는 것으로 플레이 내내 강조됩니다. 대부분은 자신이 원형이 아닌 복제체라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워합니다. 얼터가 심리적으로 힘들어 하면 업무 효율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끔찍한 일을 저질러 버리기도 합니다. 업무적으로 능숙한 전문 분야가 있는 것과 같이 심리적으로 취약한 부분도 다릅니다.
얼터들이 지닌 성향과 기질에 맞춰 대응해야 하지, 무조건 공감을 해 주거나 편하게 해 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얼터들이 방사능에 피폭되거나 배를 곯지 않도록 환경을 관리해 주는 건 기본이고, 이들이 어떤 심리 상태에 놓여 있는지 꾸준히 들여다 보며 대화를 요청할 때는 무시하지 않아야 합니다.

얼터들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며 어르고 달래야 한다.

공감과 위로를 바라는 얼터가 있는 반면, 빈말로만 생각하는 얼터도 있어 맞춤 대응이 필요하다.

3시간을 들여 영화를 보여줬더니 매우 즐거워한다.
하지만 노는 게 끝나버렸기 때문인지 조금 우울해져버린 얼터들.
게임의 목표는 행성을 탈출하기까지 얼터의 심신을 돌보면서 방사능의 위협으로부터 기지를 안전하게 지켜내는 것입니다. 생명 유지 장치나 다름없는 거대하고 동그란 바퀴 모양의 기지는 모듈형으로 방의 구조물을 이어 붙일 수 있습니다. 물품을 비축하고 제작하기 위한 필수 시설부터 얼터들의 요구사항에 맞춘 여가 시설들까지 모듈의 종류는 점차 늘어나며 유지 관리도 필요합니다.
스토리상의 여러 이유로 기지를 확장할 필요도 있고 안팎의 상황으로 기지 관리는 점차 어려워지지만, 관리의 편의성은 배치부터 수정까지 아주 수월합니다. 연결 지점만 있다면 자유롭게 언제든 이동시킬 수 있고 어떻게 이어 붙여도 보기에 깔끔합니다. 얼터들의 작업 배분과 각 시설의 작업 현황도 굉장히 쾌적하게 메뉴 화면에서 바로 관리할 수 있고요. 자원이 있는 한 무제한으로 생산한다거나 특정 개수까지는 늘 준비되도록 하는 유용한 설정부터 우선순위를 바꾸는 등의 자잘한 조작까지 매우 편리합니다.
AI도 야무진 편입니다. 나를 복제한 얼터들이어서 그런지 성격과 요구사항은 제각각이어도 눈치껏 협력하는 팀워크가 좋습니다. 직접 일을 배분하지 않아도 하던 일이 끝나거나 여유 시간이 남으면 대기열이 있는 곳에 알아서 일을 도우러 가더라고요.

기지는 모듈형으로 구성을 변경하기가 매우 수월하다.


시설에 직접 가지 않아도 메뉴에서 얼터들의 작업 배정과, 각 시설의 작업 현황을 관리할 수 있다.
<디 얼터스>는 자원 관리를 핵심으로 하는 생존 게임의 틀을 지니고 있지만, 일정 시간 안에 임무를 완수하고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데 중점을 뒀기 때문인지 생산과 자원 관리의 밸런스는 기본 난이도 기준으로 어렵지 않게 잡혀 있습니다. 맵을 샅샅이 탐험하면서도 적당히 바쁘게 주요 임무와 요청 사항을 해결하다 보면 딱 위기의 코 앞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집니다.
탐험에서는 많은 걸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얻게 되는 것들이 전부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불필요한 과정이 없어 좋았습니다. 맵에 탐험할 거리가 많은 건 아닙니다. 자원을 채굴하는 지점과 얼터들과 추가로 상호작용 할 수 있는 수집품을 찾고, 외계 행성의 신비로움과 적당한 긴장감을 주는 이상 현상들에 대응하는 게 전부니까요.
대신 채굴 시설 등을 기지에 연결하면 빠른 이동 지점으로 쓸 수 있고 탐험에 필요한 수트 배터리도 충전할 수 있어 탐험에서 번거로운 면이 전혀 없습니다. 채굴 시설을 지을 수 있는 지점은 스캔으로 찾아내고 기지까지 연결하는 데 최적의 경로를 만들어내는 등의 과정은 퍼즐 풀이 같은 재미와 성취감을 주기도 하고요.


점차 늘어나는 이상현상들도 대응과 연구가 필요하다.


생존에 필요한 각종 자원은 기본적으로 채굴 지점에서 얻을 수 있다.
전초기지를 세우고 기지와 연결하면 빠른 이동이 가능하다.
다만 볼거리가 많고 화려한 SF 어드벤처 게임을 기대한다면 세 번의 환경 변화를 겪는 내내 인상적인 시각적 차이가 없어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대화 위주의 진행 방식이라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죠.
또 인생의 여러 선택에 의미를 둔 게임인 것 만큼이나 게임 안에서도 여러 분기로 볼 수 있는 이벤트와 결말이 달라지는 게임이라는 점도 미리 알아두면 좋습니다. 한 번의 플레이로는 모든 얼터를 제작할 수도, 모든 결말과 세부 이벤트를 확인할 수도 없거든요.

척박한 외계 행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시각적으로 아주 큰 차이는 없는 편이다.
여담으로 저는 다른 분기를 확인하고 싶어서 마지막 챕터를 다시 플레이 했는데 상당히 다른 이벤트와 대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후반부에 할 수 있는 걸 전부 준비해도 세 가지 엔딩만 볼 수 있었고 업적을 기준으로 볼 때 최소한 두 가지가 더 가능하기 때문에 초반 분기로도 달라지는 것들이 많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고요. 한 번의 플레이로도 충분히 여운이 남기는 하지만 여러 번 플레이를 하도록 명확히 의도한 게임입니다.
참고로 대략적인 1회 차 플레이는 15시간 정도로 모든 인과관계를 확인하고 싶다면 플레이 성향에 따라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릴 겁니다.

한 번의 플레이에서 만들 수 있는 얼터는 제한이 있고 모든 분기를 확인할 수도 없다.
<디 얼터스>는 생존 게임이라는 비교적 마이너한 장르를 대중성 있게 풀어내려 한 시도가 엿보이는 수작입니다. 개발사의 전작들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갈등을 부르는 선택으로 감성을 가득 살려 녹여낸 진중한 주제와 플레이에 딱 어우러지는 자원 관리의 재미까지, 그야말로 잘 하는 걸 또 잘 해낸 게임입니다.
세련된 분위기의 그래픽과 깔끔해서 보기 좋은 화면 구성은 전작들에서 부쩍 발전한 모습이고요. 개인적으로 신선한 설정과 흥미로운 서사는 기발한 발상으로 묵직한 메시지를 건네 온 SF 옴니버스 드라마 <블랙 미러>의 에피소드 중 하나로 등장해도 결이 잘 맞을 것 같았습니다. <디 얼터스>에 관심이 모락모락 피어나신다면 얀과 그의 얼터들과 함께 인생에는 늘 다양한 답이 있음을 되새겨 보면 어떨까요?
디 얼터스
8.3 /10
한줄평
개발사가 잘 하는 걸 또 한 번 잘 해낸 수작
장점
- 스토리와 선택지에 잘 녹여낸 실존적이고 윤리적인 딜레마
- 섬세하고 인간적인 심리의 표현
- 쾌적하고 효율적인 기지 관리 시스템
- 탐험과 자원 관리의 안정적인 밸런스
- 반복 플레이를 유도하는 풍부한 분기점
- 세련된 그래픽과 깔끔한 UI
김가은(깐) - 게임 리뷰어
폭 넓은 장르의 게임에서 다양한 경험을 찾고자 합니다. 새로운 게임을 찾는 분들에게 제 경험담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과 영상을 남겨 오고 있습니다.
